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조회 수 1900 추천 수 0 2004.02.20 13:17:00

연락도 없이 두 가정이 방문했습니다.
한 가정은 알아서 멀찍이 떨어져 둘러만 보고 가더이다.
그런데 한 가정은 차부터 대놓고 학교를 돌더니
성큼성큼 가마솥집으로 들어섰지요.
짐작하시겠지만 그렇게 찾아오면
대문에서 돌려보내겠지요.
왜냐면 우리도 우리의 일상이 있으니까요.
물론 딱히 어떤 친분이 있는 관계라면 또 다를 일이지만.
그런데 너무 자연스레 들어와서 첨엔 아는 사이인데 못알아봤나 했죠.
첨 보는 게 맞더군요.
어른들 밥 끊는 동안 아이는 밥을 먹으니
아이 간식으로 마침 타래과와 채소과를 만들던 참이었지요.
청주에서 작은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데
아이들한테 글쓰기도 가르치고 철학도 하고 그런답디다.
"그게 무슨 공동체야?"
그래놓고 보니 굳이 공동체가 아닐 것도 없다 싶데요.
모여있으면 뭐나 공동체지요.
그런데 우리가 생각키에 농사도 짓고 보다 생태적인,
삶의 축을 같이 하는, 그런 뜻에서라면 아니다 그런 말이었겠지요.
청원 어데메서 부부가 1년여 귀농도 하고
문학모임들에서 차차 공동체를 꾸리자며 다녀들 갔다지요.
부모를 뫼시고 살았다데요.
마을과 관계가 아주 좋아서 나올 땐 왜 나가냐고들 했답니다.
"마을과 나쁠 게 무에 있겠어요.
이해관계가 얽혀봐야지요.
저희는 학교로 들어온지 8년여 됐는데,
글쎄, 10년을 지내도 이방인은 이방인이라는 각오로 살고 있습니다."
뭐 먹고 살았냐 했더니
돈이 좀 있다데요, 많이 있다데요.
"굳이 왜 공동체를 중심에서 세워야 된다 생각하시는지요?"
글쎄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은 시원찮게 들렸네요.
너무 준비없이 불쑥 찾아왔다 사과하더니
떠나버렸네요.
작가랍디다.
"성함이?"
안가르쳐주데요.
"그것도 준비가 아직 안되신 거군요."
남편 분만 학원(?) 주소를 남겨주시더이다.
곳곳에서 공동체를 준비한다는 소식,
참 반가울 일이지요.
잘 돌아보시고
힘 많이 얻어시길,
그리고 좋은 공동체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런데요,
정말요,
불쑥 불쑥 오지 마셔요.
사람 만나는 일이 반가우면 얼마나 좋을라구요,
그렇게 낯선 이가 마당으로 성큼 발을 들여놓는 일,
반갑찮습니다.
마을 사람들이면 모를까.
물론 이 산골자락의 작은 학교에 쏟아주시는 관심이야 고맙다마다요,
하지만 예의는 예의 아니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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