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16.흙날. 맑음

조회 수 1119 추천 수 0 2010.10.26 21:31:00

2010.10.16.흙날. 맑음


오전 7시부터 도로에 나락을 펼쳐 말렸습니다.
볕이 참말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식구들이 한 번씩 나가 나락을 뒤집어 주고,
아이랑 짚단도 묶었지요.
살림에도 공부거리에도 요긴할 재료랍니다.

앞집 할머니 무를 하나 보내왔습니다.
굵습니다.
언제 이리 키웠단가요.
채를 썰어 초무침도 하고 익힌나물도 합니다.
서늘한 바람이 다 닿지 않아 아직 깊은 맛은 덜했으나
그만한 무가 밖에서 6천원씩 하고 있는 요즘에
할머니는 얼마나 부자일 것인가요.
얼마 전 단에 만이천원 한다는 대파를
집 앞 텃밭에 잘도 키운 할머니,
그걸 뽑아 먹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낀다고.
그게 농사짓는 이들 마음이고 처지랍니다,
정말 실한 놈은 넘들 주고
늘 허드렛만 챙겨먹는.

예정에 없이 대해리를 급히 벗어납니다.
이곳에 직업을 구해서 와있는 미국 친구 하나가
홀로 아프다 아프다 못해 연락을 해왔습니다.
일 많은 우리 사는 꼴새를 모르지도 않는 데다
주말에 물꼬 일을 몰아서 하고 있는 이번 학기의 제 처지도 아는 그가
주말에 전화를 해올 정도면 정도가 아주 심할 겝니다.
병원으로 데려가얄 테지요.
얼마나 힘에 겨워하고 있을 것인지요.
거기다 대전까지 나가게 되었습니다.
집안 사람 하나 뇌사상태라는 전갈입니다.
사는 곳과 가까운 병원에서
대전의 큰 병원으로 옮겼다지요.
늦은 딸아이가 얼마 전 돌을 맞았는데...
사는 일이 어찌 이리도 구비구비랍니까.

달골에선 햇발동 1층 거실에서 곰팡이잡기 여러 날입니다.
어느 해보다
벽을 타고 아랫부분 가장자리로 까만 곰팡이 심하게 피어올랐습니다.
대해리에서 농사를 업으로 자리를 잡기로 결심한 종대샘,
열심히 그 곰팡이를 없애보고 있지요.
벌써 여러 날째랍니다.

지난 나무날, 진학상담을 부탁한 한 부자(父子)가 있었는데
읍내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더랬습니다.
(그날은 점심도 바깥에서 먹었지요,
아이에게 주마다 한 차례 악기를 가르쳐주는 분 계신데
세 학기째 아이만 덜컥 맡겨두고 얼굴 한번 못보다 자리했더랍니다.)
아이는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오지 못하고
아비가 왔더랬지요.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자연요리연구가에 대한 영상을 선물로 가져왔더랍니다.
오늘 펼쳐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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