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0.물날. 조금 흐린

조회 수 1058 추천 수 0 2010.11.02 09:21:00

2010.10.20.물날. 조금 흐린


한 주 한 차례 쓰고 있는 공간들을 청소합니다; 먼지풀풀.
주로 쇠날에 그러하지만
어떤 일정을 앞두고는 그에 맞춰 날을 옮기기도 하지요.
때로 이 청소는 일종의 의식으로 느껴집니다.
아침마다 마당을 쓸며, 혹은 통로에 걸레질을 하며
그 순간을 통해 비로소 아침이 열리는 듯합니다.
주의 한 차례 청소는
한 주의 나날을 준비하는 의식이 되는 거지요.
그믐날의 우리들의 새해맞이 그 소란도
결국 한해를 살기 위한 준비인 겝니다.
그렇게 깐 멍석 위로 새해 아침이 들어서는 것이지요.
낡은 이야기이지만 결국 청소는 준비와 이음동의이겠습니다.
그래서 청소가 중요해지는 것이구요.
계자가 끝나는 아침, 아이들과 하는 청소도 그러합니다.
우리가 지낸 자리를 정리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음에 올 이들을 맞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지요.
기꺼이 마음을 내 누군가 이곳을 쓸 이들을 위한 마음,
그건 우리들에게 좋은 수행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한편 청소는 공간의 후미진 곳까지 들여다보는 시간입니다.
우리를 둘러친 것들에 예민해지는 시간이지요.
그리하여 청소는, 이곳에서 하나의 의식이 되고 있는 것이랍니다.
오전에는 몽당계자를 앞두고 학교 본관 청소가 있었고,
늦은 이 밤엔 달골 햇발동 청소를 하였습니다.

달골 포도밭에 마지막 정리가 있었습니다.
바닥의 풀을 깎고 눕힌 긴 시간이 있었고,
둘레를 다 훑어낸 다음이 있었고,
그리고 나무에 몇 해 엉겨 붙은
칡넝쿨이며 온갖 덩굴을 떼 내고 벗겨내는 시간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작업을 했습니다.
목수샘은 본격적인 농사를 위해
달골 1층 오신님방에 아주 자리를 잡았답니다.
그는 물꼬에 필요한 일을 돕고,
물꼬는 한 사람이 귀농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체제가 되었지요.

미국인 친구가 다시 병원행이었습니다.
잠시 그를 도우러 다녀왔지요.
그가 채식식당에서 밥이며 차를 샀습니다.
서로 고마울 일이지요.

머지않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강의랄 것도 없는 가벼운 세미나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 아주 열심히 하는 이들이 있지요.
한 친구가 유난히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주일 중에 이 시간이 젤 기다려져요.”
시험기간이라고 다들 못 온다 했는데,
그 친구는 제 시간만 괜찮으면 오고 싶다 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차례는 안 되겠냐 제 사정을 살피기도 합니다.
기쁘지요.
가르치는 이들은 그런 순간을 먹고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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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물날.그저 그럼. <귀찮아>

아이고, 오늘 일기쓰기가 매우 귀찮다. 잠도 별로 못 잤고, 어전에 청소도 했고, 지금은 달골 청소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그렇다.
지금 하늘방 쪽에서는 종대샘과 엄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밑에서는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다.
엄만 나한테ㅔ 지금 “빨리 와~” 하고 있고, 청소기를 밀라고 자꾸 재촉한다.
어! 지금 청소기에서 띠리리리리 하고서 노래가 나오고, 엄만 빨래를 널러 내려가고 있다.
종대샘은 방귀를 뀌며 휘파람 불고 있고, 뭔가 달그닥거리며 하고 있다.
이게 우리의 일상적 풍경이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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