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몽당계자 여는 날, 2010.10.22.쇠날. 보름달 떴다가 깊은 밤 비 다녀가네


<뱃살 공주와 일본 난쟁이>


아, 달빛...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우리들의 밤이었더랍니다.
아이들이 와서 그 빛 더욱 환했던 대해리였지요.

아침, 아이들이 들어오는 날인데도
읍내에서 피해가지 못할 일 있어 서둘러 나갔습니다.
영동역에서 인경샘과 휘령샘이 아이들과 신정원엄마를 맞아
학교로 들어오는 버스에 오르고 있었고,
부랴부랴 일을 끝내고 예지샘을 실어 그 버스를 따라왔지요.
마침 구절초 어여뻐 아이들맞이에 쓰려고 꺾기도 하고
노오란 산국을 한 아름 따서도 들어왔답니다.

네, 몽당계자입니다.
가온이가 못 왔습니다,
두어 해 못 본 사이 많이 컸을 텐데...
중1 경이, 6학년들 성재, 현진, 재우, 학주,
5년 상찬, 4년 준성, 그리고 이 산골의 류옥하다가 함께 합니다.
그리하여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는 되지 못하고
‘뱃살공주와 일본난쟁이’의 여덟 명이 되었답니다.
물꼬 식구들과 휘령샘, 예지샘, 인경샘,
그리고 신정원엄마가 함께 합니다.
물론 물꼬 상주하는 식구들이 더해지니
어른이 더 많은 계자인 게지요.
휘령샘과 예지샘, 인경샘은 지난해 가을 몽당계자에서
무서웠던 ‘날망(된장집)에 연탄 1500장 올리기’의 주역들입니다.
그걸 알고도 또 마음을 낸 그들이어 더욱 고마웠습니다.
중간고사 끝내고 가고픈 집도 두고
기꺼이 온다했지요.
내일은 군복무 중인 시광샘과 성수샘이 휴가를 나와 합류할 겝니다.

10년도 넘어 되는 동안 그 댁 아이들을 만났고,
영동역에서 뵙기 여러 해,
신정원님 드디어 물꼬까지 들어오셨습니다.
“옥선생님, 우리가 언제 처음 만났는지 알아요?”
“예만이(첫째 아이) 계자 보내면서 만난 것 아니었어요?”
우리들이 인연이
제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대안교육관련 강의를 할 때였다 합니다.
여태 몰랐더랬습니다.
“아, 저런 학교도 있구나, 하고 보냈던 거죠.”
그리고 필라델피아의 브루더호프 공동체 New Meadow Run에서
우리 앞서 머물다 간 한국인 가정이 있었다는데,
그네가 신정원님네였습니다.
그 사이 예만은 중국에서 그림을 그리는 대학생이 되었고
막내 동생 경이가 수년을 오고 있지요.
같이 마음 나누었던 오랜 시간에 감사합니다.
“제가 이리 궁상맞아요.”
세상에, 오시면서 물꼬에서 보냈던 쌀자루들을
죄 챙겨서 말아오셨더랍니다.
참 살뜰도 하시지요.
여기선 또 얼마나 요긴한 물건인지요.
고맙습니다.

부랴부랴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방을 던져놓고 성재가 와서 피아노부터 칩니다.
지난번에 완성을 못하고 있던 곡이었지요.
그걸 완성한 겁니다!
“‘밥상머리 공연’하면 되겠다.”
우리들의 점심, 멋진 공연이 함께 하였습니다.

현진네서 아이들을 따라 유기농 먹을거리들이 도착했습니다.
이맘 때 꼭 챙겨보내 오시는 김유정님, 고맙습니다.제 때 잘 도착해 밥상에,
그리고 달골의 원숭이다방에 요긴하게 쓰였지요.성재네서 온 축구공도 얼마나 잘 굴러다녔는지요.

마당을 거닐거나 놀이방에서 놀던 아이들이
배고프다 달려옵니다.
느긋한 점심을 먹지요.
신정원엄마가 앞치마부터 매고 부엌에 들어와 있던 참이었답니다.

가을걷이를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심은 고구마밭 한뙈기가 있지요.
배추가 비싸다는 가으내
여기서는 그 줄기로 김치를 담아 먹었더랬습니다.
경상도에서 해먹는 방법이랬지요.
남도에 계신 어른께 전화도 넣어 하는 법을 잘 들어두었더랍니다.
고구마줄기를 걷고 마당 한가운데 평상으로 옮겼습니다.
아이들은 고구마를 캐고
어른들은 고구마줄기를 떼고 껍질을 벗길 참이지요.
다른 때라면 왁자할 저 밭이
어째 아주 가끔 ‘심봤다!’소리가 들립니다.
무슨 일들일까요?
먼저 캔 건 부엌으로 가져오라 하였습니다.
고구마튀김(이라기보다 부침)을 해서 참으로 내마 하였지요.
그런데 컨테이너 상자 바닥에 한 겹으로 고구마가 왔습니다.
“없어요.”
더 파보면 있겠거니 하고
아이들은 또 열심히 팠답니다.
그러나 그게 다였더라지요.
흉작도 이런 흉작이 어딨답니까.

서둘러 고구마튀김을 해서 내고 매실효소도 따랐습니다.
이제 화제는 효소를 어떻게 담느냐, 어떻게 먹느냐,
그게 무엇에 좋으냐에 몰렸습니다.
그러는 사이 여자들은
부지런히 고구마줄기 껍질을 벗기는 손놀림을 하고
사내 녀석들은 돼지감자밭으로 달려갔지요.
거긴 아주 광맥이라나요.
아이들이 돌아올 줄을 모릅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아직도 밭에 가 있는 아이들,
그리고 마당에서는
어둡도록 샘들이 고구마줄기에 매달려 있었답니다.
안에서 바라보니 아주 어두운데,
하고 있는 이들은 아직 눈이 뵈나 봅디다.

“물꼬 음식은 정말 맛있어요.”
왜 안 그렇겠는지요, 그리들 움직였으니...
저녁을 먹고 달골 오릅니다.
아주 늦어 달빛 이고 목수샘의 트럭에 타서 오르고
어른들은 그 뒤를 물소리 숲소리 들으며 올랐지요.

춤명상을 합니다.
기도를 하고 느릅나무춤과 풀들의 춤,
그리고 소풍을 떠나는 몸놀림이었지요.
그 사이 구절초 떠다니는 강물이 흘렀습니다.
훌륭한 음악이 우리를 이끌었답니다.

‘실타래’가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참 할 말이 많구나,
우리 아이들이 저리 많은 생각들을 하는구나,
새삼 느끼는 시간들이지요.
그들도 그들대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사는지요.
우리 어른들이 그것을 귀 기울여 듣는 것만으로
그들은 위로 받고 위안 받으며
방향을 추슬러 나갑니다.

그리고 달빛 아래 숲에 들었습니다.
“달빛 맞아?”
“가로등 있는 거 아냐?”
대낮같이 밝습니다.
숲 어느 한 곳 너른 공터에서
우리는 달빛을 향해 양팔 벌리고
기원을 올립니다.
우리들의 건강과 우리들의 꿈과
우리들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위해...

11시가 넘어 되어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었네요.
그런데 1시 40분 준성이가 일어났습니다.
덥다고 베란다 큰 창문을 다 열고들 자길래 닫아주고
이불도 여며주고 나온 길이었지요.
“목이 아파요.”
물을 먹이고 목에 수건을 둘러줍니다.
예전 이곳 아이들 기숙사로 쓰이던 시절이 생각나데요.
온 밤을 그리 뒤척이며 보내던 시간이었습니다.

푹, 따순 잠자리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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