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5.달날. 흐림
기온이 툭, 떨어졌습니다.
벼를 수확하고 나면 채마밭의 것들을 썰고 말리느라 바쁩니다.
아, 은행도 아직 남았군요.
혹 표고를 겨울 오기 전 한 차례 더 얻을 수 있을까 하고
표고나무를 눕혔습니다.
목수샘과 소사아저씨는
쉼터 쪽의 포도나무가지를 치러 갔지요.
네, 수년 전에 빌려 했던 포도밭을
내년부터 다시 쓰기로 하였답니다.
마당 한가운데 셋을 이어붙인 평상에는
썬 감과 호박들을 널 준비를 합니다.
짚 대신 까만 그물들을 펼쳤지요.
날 궂으니 아무래도 낼부터 느는 게 좋겠지요.
'썬데이 대해리'라고 아실라나요.
오래전(지금도 있나요?) 버스나 기차를 탈라치면
꼭 가판대에 있던 황색저널입니다.
식구들 가운데 신문을 젤 열심히 읽는 이는
역시 아이입니다.
우편을 통해 들어오는 신문이지요.
"우리들한테야 신문이라는 게 깔개고 덮개고 싸개,
그리고 불쏘시개 뭐 그런 거지."
자주하는 농담이지요.
어른들이야 겨울이나 되어야 책을 좀 보려나요.
세상 돌아가는 것에
삶터의 거리만큼 먼 이야기이기도 하답니다.
그래서 아이는 우리들의 소식통이고는 하지요.
마을 소식 또한 그렇습니다.
그래서 '썬데이 대해리'가 된 것이지요.
최근의 한 기사를 아이가 전했습니다.
중학생들이 동급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그 여학생으로 하여금 원조교제를 강요하고,
그런 다음엔 그 현장을 다른 남학생이 들이닥치게 하여
다시 돈을 뺏는 것이지요.
아이에게 그랬습니다.
"하다야, 혹 삶을 그리 이어나가야 한다면,
그렇게까지 하여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목숨을 끊어!"
격앙되긴 했어도 아이에게 목숨 놓으라는 말을
그리 내뱉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먹을 게 없어 그들은 그렇게 했을까요....
'식구 한데모임'이 있는 저녁.
물꼬에 행사가 있으면 그 과정에 대한 성찰이 이어지지요.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고픈 게 뭔가,
이곳의 평화와 풍요로움을 나누는 것이라면
행사를 준비하는 가운데도 그런 분위기가 유지되어야지 않겠는가,
지금은 너무 긴장되어 있다(아무래도 손이 적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할까,
여유 속에 웃음이 있지 않겠는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서로 살펴가며 일해야겠다,
그런 얘기 나누었습니다.
자기 혼자의 여유가 무슨 소용이겠는지요.
모두가 그럴 수 있도록 애써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