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6.불날. 맑음
단풍 붉습니다.
다 놓고 그 속으로 걸어가고픈 붉음입니다.
볕이 따숩게 앉은 바위 위에서
자신을 널어놓고 세상과 인사하고픈 유혹이 인다는
물드는 가을 숲이랍니다.
바람이 아주 거칠고,
기온도 저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겨울이면 겨울이려니 하지만
이 맘 때의 추위가 참말 매섭다 싶지요.
간밤 옥천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금산의 한 찜질방을 갔는데,
그리 까탈스런 사람도 아닌데
도대체 그런 곳에서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아침 돌아오는 길,
감기 그만 확 들어버린 걸 알았지요.
바깥 잠 잔 표가 그리 나버리더라니까요.
단창인 본관에 비닐막을 치는 것도
월동준비 가운데 큰 것이지요.
일이란 게 말하고 있으면 간단합니다.
그런데 낡은 건물을 둘러싸는 일이 결코 만만찮지요.
창을 바꾼 가마솥방 걱정을 없앴다고 하나
여전히 바람 드는 곳이 많은 오래된 건물입니다.
오늘은 교무실을 앞뒤 비닐로 쳤지요.
교무실에 연통 7개로 난로도 놓고
연탄도 피우기 시작했답니다.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에 관해 쓴 책을 뒤적이다
처칠이 좋아했다는
앨프리드 에드워드 하우스먼의 시를 읽습니다.
"내 나이 하고 스물이었을 때
어느 어진 이가 하는 말을 들었지
돈이야 금화든 은화든 다 내주어 버려라
그러나 네 마음만은 간직하라
보석이야 진주든 루비든 다 내주어 버려라
그러나 네 생각만은 자유롭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