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7.물날. 된서리
눈이라도 내린 줄 알겠는 아침이었습니다.
무서리도 없이 된서리 내렸지요.
대개는 무서리 내리다 된서리가 됩니다.
그래야 만물도 겨울날을 서서히 대비해나간단 말이지요.
갑자기 무섭게 변한 아침 풍경에
이른 아침의 약속 하나를 그만 잊은 일까지 있었답니다.
감기까지 이틀,
쉽잖겠는 이번 주겠군요.
복도창문 뒤란의 비닐을 칩니다.
운동장 둘레 낙엽도 정리하지요.
된서리에 놀란 들이
그냥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습니다요...
사내 아이들은 언제쯤이면 엄마 그늘을 벗어나는 걸까요?
누구에겐가 물었더니 평생이라던가요.
"엄마 냄새 나는 향수 없나?
치이익 뿌려놓으면...."
아이는 가끔 잠이 오지 않는 밤이나
마음이 조금 무거운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아니면 엄마 품에 달려들 수 없는 거리에 있을 때
엄마 옷을 둘둘 말아 끌어안습니다.
그 엄마내라는 게 땀내 배인 옷이기 일쑤이지요.
“그래봤자 엄마 땀냄새지, 뭐.”
"땀 냄새랑은 다른 거라니까."
그런가요?
그렇겠지요...
< 된서리 >
놀란 새들이 길에 쏟아져 수런거렸다
벌개미취 뒤로 젖힌 허리를 펼 수 없었고
막바지 고추는 매달린 채 물컹거렸다
하룻밤 새 말라 비틀어 뚝뚝 떨어져 내리는 잎 앞에
감을 딸까 말까 장대는 망설였고
오지 않는 편지처럼
추수 끝난 들은 감감했다
무서리도 없이 된서리 내리고
속절없는 풍경에 당황한 진돗개, 컹컹
-------------------------------------
2010.10.27.물날.매우 추움. <오 마이뉴스, SBS 취재요청>
나는 요번 달부터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글 [13살 소년의 외침-4대강이 강을 살린다고요?]와 [열세 살이 본 노근리 사건], 그리고 새로 쓴 [13살의 머슴살이 이야기](?)와 [벼를 거두다], [고전읽기], 이렇게 다섯 글을 올리고, 그 중 [고전읽기]를 뺀 글들이 모두 잉걸이 돼 기사가 되었다. 너무 좋고, 내가 자랑스럽다. 좀 더 일찍 오마이뉴스를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리하여 이 기사를 보고 SBS에서 취재를 하자는 연락이 들어왔고, 지금 할지 말지 고민중이다.
글 쓰는 게 재밌어지고 있다.
(열세 살, 류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