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2.불날. 깜짝 추위 / 가을 단식 이틀째

조회 수 1042 추천 수 0 2010.11.16 17:29:00

2010.11. 2.불날. 깜짝 추위 / 가을 단식 이틀째


지난 몽당계자, 햅쌀을 찧어 밥을 지었습니다.
방아를 찧으며 물꼬에 손발 보태는 이들을 생각했습니다.
특히 여름과 겨울, 계자에 긴 날을 힘겨운 부엌일에 손을 나눠주신 분들껜
각별함이 더합니다.
지난 겨울 이정애님과 강충근님,
지난 여름의 박지희님과 이정석님, 진광연님, 장선정님과 이진희님....
밥바라지분들께도 쌀을 좀 나눠드리자며
오늘 도정기를 돌렸더랍니다.
돈으로야 얼마나 되겠는지요.
마음입니다, 마음.

사범대를 다니고 있는 물꼬의 품앗이일꾼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부르디외의 문화적자의성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학생도 같은 건으로 전화했습니다.
같은 과목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었지요.
잘하고 싶은 마음들이 읽혔습니다.
저런 애정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교수님이 궁금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저런 추동력을 주는 교수라면
분명 들을만한 수업을 하고 계시겠지요.
학생들이 좋은 교수님을 만났구나, 보기 좋았습니다.

“같이 식사 한번 하시지요?”
“왜요?”
어떤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일부분입니다.
같이 밥 한번 먹자는 사람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게 아니고서야
왜요, 라는 건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지요.
어쩌면 이 시대 최대의 화두인 ‘소통’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밥을 같이 먹는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 컸겠다 짐작합니다.
비폭력대화를 떠올렸지요.
왜요, 라고 말한 이도
터무니없는 적대감으로 상대를 대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인데,
상대는 굉장한 모욕이라 느낄 수도 있을 겝니다.
한편, 큰 의미 없이 그저 밥 한 끼 같이 나누고 싶다고 말한 것을
듣는 이가 굉장한 뇌물 수준으로 이해한다면
왜요, 라는 반응도 나올 수가 있을 테지요.
저마다 다 사정이 있는 법이다마다요.
문제는 어떻게 그 사정을 헤아릴 수 있고, 그리고 이해될 수 있는가,
결국 소통이겠습니다.

사택 앞 홀로 흙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은
물꼬 식구들에게 이모님이라 불립니다.
심심하다며 은행을 줍는다거나 하는 소소한 일에 손을 보태기도 하고,
소사아저씨며 목수샘에게 좋은 이웃친구이기도 하시지요.
오늘은 오전부터 술 한잔들 걸쳤습니다.
그 술에도 취한 목수샘,
가마솥방에서 밥 한 공기 비벼 먹다가
식탁에 엎드려 자고 있었지요.
농사짓고 사는 자유로움이 이런 것이겠거니 싶습디다.

요즘 오마이뉴스에 한 주 한 차례 글 올리는 류옥하다,
오늘은 마키아밸리의 <군주론>에 대해 썼습니다.
"열세 살이 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71262&PAGE_C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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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불날.추움. <단식 2일째>

단식 둘째 날(몸무게: 59kg)
오늘은 감식 3일 후 단식 1일을 하고 나서 2일째이다.
나는 단식을 하면 시간이 무지무지 길게 갈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니, 시간이 되게 금방 갔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간이 너무 길 것 같았다.
평소에 한 달 아니면 두 달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한 치킨, 피자, 감자튀김, 호두과자, 델리만쥬, 스파게티, 주스와 음료수, 김치, 참치조림, 엄마 표 쿠키, 그리고 하얀 쌀밥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진짜 아까(저녁)는 이불에서 울기도 했다. 너무나 먹을 게 그리워서였다. 그러나 지금 밥을 먹으면, 이틀 동안 고생한 것이 없어지고, 다시 사흘을 채우려면, 이틀을 또 굶어야하므로 그것이 너무나 아까워서 참기로 했다.
너무너무 배고프고 힘들다. 아, 쌀밥의 향기~~~~~~~~~
저녁에 '뒤통수 냉각법'을 하는데 머리에서 그릇에서 물이 새서 방바닥을 강바닥으로 만들어 놓았다. 뒤통수 냉각법을 하니 확실히 머리가 띵~ 한 게 기분이 좋고, 온 몸에 자극이 오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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