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8.달날. 비바람 지나다
간밤 후두둑거리는 빗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야삼경을 지나고 있었지요.
새벽비 계속 되고,
바람 산마을에 감기고 있었습니다.
단식을 끝내고 첫 끼니를 먹는 보식 첫날입니다.
아침, 달골에서 아침 수행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은행을 줍고 공부도 하고 난로에 은행도 구워먹고
느릿느릿한 오전이었네요.
점심을 먹고 황간의 광평농장에 갑니다.
류옥하다 선수가 한 주 한 차례 머슴을 사는 곳이지요.
한동안은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밭을 나가 사과도 따고, 트럭과 포크레인을 운전했고,
저는 새참을 차려 나갔다가 손을 안댄 탱자 있어
줍거나 따서 한 아름 안아오기도 했습니다.
“어디에 쓰는 거야?”
맛난 효소로 나눠드려야지 했지요.
벼가 흉년이면 도토리가 풍년이라던가요.
다 먹고 살 길이 있도록 하는 하늘 뜻인 게지요.
한 말이면 많다 싶던 예년의 도토리가
같은 곳에서 예닐곱 말이나 나왔더라나요.
그걸로 묵을 쑤어 선물로 주셨더랬는데,
그걸 또 말렸다며 오늘 건네주셨습니다.
아이의 새경으로 닭도 열 마리나 실어주셨지요.
한참을 더 일해야 할 모양입니다요, 하하.
어제에 이어 어두워질 때까지 촬영이 있었습니다.
“점심 전에 끝내죠!”
“절대 못 끝납니다.”
정말 종일 이어지더군요.
오는 물날(11월 10일) 저녁 5시 35분,
에서 ‘사람과 사람’ 꼭지에 나온다 합니다.
잘 묵어간다 봉투도 건네셨지요.
환상을 심지 않을 만치, 그리고 잊히지 않을 만큼,
한 해 한 차례 정도 꼭 방송매체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간 많은 이들이 오갔지요.
그런데 먹고 자고 당연히 그렇게 떠나는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이네들처럼 이곳 형편 살피며 예를 갖추는 이들이 꼭 있습니다.
재작년 다녀간 김정훈 PD님만 해도
출장비로 온 공동체식구들 바깥음식도 먹이고
때마다 장도 봐서 들어오던 한 주였지요.
그들은 그렇게 또 우리들을 가르쳐주고 떠났답니다.
아, 자정 지나 눈발 날린다며 옥천 사는 벗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내다보니 정말 잠깐 풀풀거린 눈이었네요.
아침에도 계속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