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 9.불날. 바람 많고 춥다

조회 수 1041 추천 수 0 2010.11.25 10:00:00

2010.11. 9.불날. 바람 많고 춥다


지난 밤 야삼경,
멀지 않은 곳에 사는 벗에게서 연락이 왔더랬지요,
눈 내린다고.
사람들과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느라
산골 밤이 너무 깊었더랬답니다.
그리고 아침,
눈 간간이 펄펄거리고 있었습니다.
첫눈이라 부를 수 있으려나요?

바람 많았습니다.
달골 마당에 내려서면
북으로 막아선 뫼 하나 있는데,
그 꼭대기 바람이 크게 일고 있었습니다.
곧 새들 푸드득거리며 날아올랐지요.
그런데, 새가 아니라 참나무 마른 잎들이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낙엽이야?”
“응!”
마치 후루루 날아오른 새들처럼
숲 머리로 후우 날아올라 멀리 멀리 떠나갔지요.
아이랑 한참을 그 장관을 보고 선 아침이었답니다,
옷 여미며.

학년 초가 되면 몇 군데의 대학에 특강을 갑니다.
주로 사범대이지요,
아니면 교양과목이거나.
가까운 곳에 있는 한 대학의 초등특수교육과, 중등특수교육과, 사회복지학과에도
몇 해째 강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물꼬 이야기가 중심이지요.
그 인연을 통해 계자 품앗이일꾼으로 인연들이 맺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중등특수교육과의 강의실 열기가 대단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눈에 띄는 몇이 지나간 여름 계자에 와서
손발을 보태기도 하였지요.
물꼬도 또한 뭔가 나눌 수 있음 좋겠다 싶지요.
남학생들 군대가기 전 1학년 모꼬지를 간다 하기
지난주 만나 달골 창고동을 내놓으마 하였습니다.
낼모레이네요.
좋은 공간이 좋은 사람들에게 쓰이면 좋다마다요.

오래 전에 온 메일을 오늘에야 열어보고 알았습니다,
아주 긴 세월을 알았던 서모 어르신이 지난 7월 세상 떠나신 걸.
그리 막역한 사이는 아니어서
굳이 부고가 여기까지 올 일은 없었으나
당신 존재가 컸던 만큼 상실감 컸습니다.
당신이 몸담았던 공동체와 단체는
일찍이 한국의 진보사를 이끈 청년들이 다 드나들며 영향을 받았더랬습니다.
당신의 바깥어른 또한 그렇게 길눈을 밝혀주는 분이셨지요.
이후 당신이 일군 작은 공동체 실험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깊이 존재하셨던 당신이셨습니다.
그 삶 좇아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제 삶의 거룩한 안내자들이 있음을
새삼 다시 되짚게 됩니다.
앞일이 아무것도 어둡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사신 대로, 당신들이 가르친 대로,
그리고 제가 생각한 대로 살아가면 될 것입니다.

아이는 불날마다 지역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나이 드신 분들과 함께 붓글을 씁니다.
곧 작품 전시를 한다지요.
물꼬의 학교이념을 썼다 합니다.
액자를 만든다고도 하고 표고를 한다고도 하고 소란합니다.
“끝나고 집에 걸어놓을 걸 생각하니 너무나 좋아...”

단식 이레를 끝내고 보식 이틀째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나아가는 연습이란 생각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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