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0.물날. 바람 멎고 맑다

조회 수 1031 추천 수 0 2010.11.25 10:01:00

2010.11.10.물날. 바람 멎고 맑다


집을 나서는데, 아이가 도시락을 내밉니다.
보식 사흘째를 위해 사과를 잘라 넣은 것입니다.
아이는 산골서 일하고 공부하고,
어미는 무슨 강의를 들으러 나가고 있는 걸음입니다.
재미난 풍경이지요.
아이는 오전에 마늘밭에 들어
못다 심었던 마늘을 마저 심었다 합니다.

오후에 아이는 내내 은행을 1kg이나 깠다 합니다.
어머니에게 팔기 위해서였다지요.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냐하면, 종대샘도 닭도 기르고, 여러 가지 돈벌이를 한다길래 나도 뭔가 할 수 있지 않나 해서...”
앞으로 달걀도 팔고, 호두와 잣과 은행도 까고, 감도 썰어말린 거라나요.

sbs 생방송 투데이(매주 월~금, 오후 5:35~6:25)에서
오늘 저녁(379회) 두 번째 꼭지 ‘사람과 사람’에 류옥하다 선수 등장하였습니다.
며칠 전 이틀 동안 촬영해간 것이지요.
<열두 살 농부 ‘하다’>.
물론 물꼬식구들이야 못 봤습니다.
DVD가 오면 보지 했는데,
늦게 인터넷으로 챙겨볼 수 있었지요.
맹 일하는 거두만요.
울산에서 부선이랑 건표 와서 같이 마늘 심고 감 따고 깎고,
이장님댁 콩밭에 가서 경운기에 콩대 싣고,
날 차고 비 흩뿌리는데 은행 줍고 개울 가서 씻고,
머슴살러가는 광평 가서 굴삭기로 거름 퍼서 소형트럭에 담아 실어내고,
사과 따고 닭 몰고...

그런데, 방송이 끝나자마자 하다가 어느 엄마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하다 또래의 사내 아이 둘을 키우는 그는
아이들 학원 보내놓고 저녁밥을 하다가 털퍼덕 앉아 방송을 보았답니다.
자기 생각을 잘 다져서 자랐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 묻고 있었지요.
류옥하다의 답글을 보았습니다.
기다리면 다 할 거라 생각한다,
사실 나도 문제가 많다,
하지만 하나씩 해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리 쓰고 있었지요.
그래요, 중요한 건 우리가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닐 겁니다.
그걸 해결해나갈 거라는 거죠.
기특합디다.

이레 단식 뒤 보식 사흘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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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0.물날. 약간 따스. <돈벌이-2>


오늘은 드디어, 은행을 약 200~300개, 1kg을 맨손으로 까서 4,000원을 받았다. 이 돈으로 엄마 폰껍데기, 즉 생일선물을 사드릴 거다.
...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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