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3.흙날. 맑음

조회 수 891 추천 수 0 2010.11.25 10:08:00

2010.11.13.흙날. 맑음


운동장 구석구석 낙엽을 긁습니다.
포도밭에 넣을 것들이지요.

대전에서 온 이들이 늦은 오후 운동장을 썼습니다.
버스 한 대가 들어오고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내렸지요.
산을 다녀오며 잠시 들러 발야구를 하였습니다.
두 주 전, 학교 뒷마을 댓마에 있는 교회로 대전에서 오시는
목사님이 부탁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류옥하다는 아주 간절히 사람들을 기다렸더랬습니다.
서로 예정했던 시간보다 무려 두 시간이 넘어 되었지요.
“우리 농산물도 팔자.”
그러며 난전을 펴고 있었더랬답니다.
“공 차고 그러면 목도 마를 거고...
그러니까 사과즙이랑 포도즙을 낱개로 사먹을 수 있을 거고...”
무엇이나 놀이이고 일이고 배움인 산골 아이입니다.
준비하는 과정을 보며 곁에서 더욱 즐거웠더라지요.
이 산골에서도 참 씩씩하게 잘도 크고 있습니다.

해 떨어지기 전 낚시를 갔습니다.
두어 해만에 너출봉을 갔지요.
상설학교로 활발할 적 아이들 끌고 밤낚시를 가던 곳입니다.
그 아이들도 많이 컸겠습니다, 잘 컸을 겝니다.
물소리 여전히 세상을 다 채우고 있었고,
떨어지던 해가 검은 산그림자에 걸려 하늘을 붓칠하고 있었지요.
사진이나 그림에 꼭 등장하는 시골마을답게
멀리 저녁 연기 오르고,
물은 한 번씩 뒤채며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두어 패의 낚시꾼들이 들고 났지요.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소리에 취해 있다
불도 피웠습니다.
물이 끓고 싸온 것들을 끓여먹습니다.
어둠 막 내리기 시작했고,
다시 드리운 낚싯대 앞에 앉았지요.
같이 간 벗이 아이에게 좋은 낚시선생노릇 해주고 있었습니다.
“어, 어, 어...”
아이가 드디어 붕어 한 마리를 낚았습니다.
아, 갯지렁이가 아니라 떡밥만 들고 갔지요.
“이제 입질 좀 하는데....”
멀리 남원에서, 그리고 서울서 한동안 쉼이 필요한 손님들이
영동역에 도착해서 대해리로 가고 있다 하기
부랴부랴 챙겨 휘감기는 물소리 떼 내고 나왔더랍니다.

식구들은 이미 저녁상을 물린 뒤였고
서둘러 이것저것 좀 챙겨 손님들 밥을 멕였습니다.
이 산골까지 찾아든 이들,
둘러친 산도 산이지만
잠자리와 밥상만으로도 위안이고 위로이길 늘 서원합니다.
얼마나 맛나게들 드시던지요.
고마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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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흙날.추움. <낚시>


... 낚시를 갔다.
가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낚시바늘에 떡밥을 매달아보고, 생애 처음으로 팔딱이는 고기를 잡았다. 그동안은 족대로만 잡았다.
찌가 움직이길래 바로 잡으려고 낚싯대를 들으니, 찌가 막 파닥댔다. 그래서 황급히 당기니, 물고기였다.
그런데 손님이 오기로 해서 막 입질을 시작하는데도 와야 했다.
오늘은 이것 밖에 못 건졌지만, 그래도 생애 첫 물고기를 낚아봐서 좋았다.
행복하다.

(열세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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