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4.해날. 맑음

조회 수 958 추천 수 0 2010.11.25 10:09:00

2010.11.14.해날. 맑음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배추김치를 담았습니다.
가을 내내 고구마줄기김치를 잘 먹었더랬지요.
우리 밭에서 뽑아왔습니다.
밤사이 깜쪽같이 고라니가 뽑아 먹고 가면
다시 모종을 심고 또 심는 속에 살아남은 것입니다.
김장할 만치 실하지는 못해 아쉽다 했는데,
이즈음에 좋은 반찬이 되게 됐지요.
워낙 실하고 좋은 것들, 상품이 되는 것들만 봐서 그렇지
먹고 사는 데 이런 것들로도 족합니다.

아침이 밝아 와서야 눈 잠깐 붙였습니다.
간밤 남원에서 온 학산샘이랑 서울서 온 승홍샘이랑
예 식구들이랑 일명 ‘100분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 백분이 하룻밤이더군요.
아침이 올 때까지 차를 마시고 또 마셨더랬지요.
둘러앉은 이들 가운데 풀 마음을 안고 있던 이가 있었고,
모두 그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무엇을 해결해줄 수 있을려구요.
들어만 주어도 됩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 속에 자신과 또한 마주 앉기도 하지요.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또 만나는 것일 테구요.

열흘은 됐나 봅니다.
아직 하지 못한 숙제 하나 있습니다.
서울대서 막 석사학위를 받은 여자와
카이스트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남자가 만나 혼례를 올렸습니다.
지난 해 초 그 주례를 서러 서울여성프라자에 다녀왔지요.
사람이 설 자리를 알아야지 제가 주제넘게 맡을 일 아니었으나
제 삶의 방식이 그들에게 좇고 싶은 길 하나라는 간곡함에
받아들인 일이었더랬답니다.
그들이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 곧 돌입니다.
축하 글 하나 부탁해왔지요.
최근 가장 의미 깊었던 일 아닌가 싶습니다.
한 아이의 성장사에 함께 하는 일,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요.
마침 미루샘과 유설샘의 아이 소울이 돌잔치가 오는 27일,
당장 반가움에 가마 해놓고 달력을 보니
11월 빈들모임과 겹쳐 아쉽고 또 아쉽습니다.

소사아저씨와 목수샘은 주거니 받거니 일에 속도가 붙는 요즘입니다.
아무렴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낫지요,
특히 그것이 농사일이라면.
오늘은 아이들 뒷간에 비닐을 치는 소사아저씨를 먼저 돕고,
목수샘이 일구는 포도밭에 들어
잡초를 잡겠다고 깔아두었던 비닐을 여섯 이랑이나 벗겼다 합니다.

바깥에 수업을 갈 일이 있어
교구를 좀 만들었습니다.
틈틈이 소품들을 만들어놓으면
아이들 수업에서 요긴하게 쓰이지요.
지난 겨울 계자 끝내놓고 잠시 숨 돌릴 적 만들어두었던 해바라기 셋도
이번 수업에서 같이 잘 쓰려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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