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6.불날. 맑음

조회 수 968 추천 수 0 2010.11.25 10:16:00

2010.11.16.불날. 맑음


반달인데도 산골 달빛은 보름달이 부럽잖습니다.
훤한 고샅길을 걸었지요.

태극권으로 아침수행 이틀째입니다.
학산샘이 좀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 커졌지요.
아주 긴 세월을 수행해 오신 분답게
수행방의 기운 운행이 거대한 파도 같았더랬습니다.

학산샘 앞장 서서 구석구석 일을 찾아 합니다.
식구들을 도와 뒤란 낙엽도 정리하고
된장집 뒤란 은행도 줍고
마늘밭 마른 풀도 정리하고...
저러니 어디 가서라도 사람들이 찾을 밖에요.

대구에서 집안 조카 한 명 왔습니다.
인사겸 살아갈 날에 대한 의논겸
겸사겸사 왔지요.
마침 좋은 어른들이 이곳에 와서 머물고 있는 때여
길눈을 잘 밝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특히 긴 세월을 사시 공부를 하고 있는 승홍샘이
좋은 안내를 맡기 시작했지요.

물꼬에 오는 품앗이 몇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물꼬에 후원금을 내지 않겠다,
나는 아내를 후원하겠다,
아내가 품위유지를 할 수 있도록!”
기락샘이 임용을 받고 자리를 잡은 뒤 한 선언입니다.
그래서 주머니가 좀 넉넉해졌지요.
당장 후배들과 제자들부터 챙겼습니다.
마침 가까운 곳의 초등특수교육과와 중등특수교육과 친구들이 있지요.
집 밥이 그리울 겝니다.
마음이야 다들 들어오게 해서 밥 멕여 보내고픈데,
과제물로 정신들 없으니 그건 무리이겠다 하고
밖에서 집 밥 같은 밥 찾아 먹여 보냈답니다.

오늘 시범수업이 있었습니다.
고민한 만큼 준비한 만큼 하게 되지요.
기분좋게 끝냈습니다.
모의수업을 준비하는 학생들한테 손도 보탰지요.
시간은 닥쳤는데 준비가 덜 돼서 혼잡했습니다.
손이 빠르니 자르고 붙이고 서둘렀지요.
나눌 수 있는 게 있음 좋을 일이지요.
기쁠 일입니다.
생애 뭐 별스러운 게 있겠는지요.

미국인 친구랑 만남이 잦습니다.
그런데 그는 자주 잠을 푹 자지 못한 사연을 토로합니다.
그동안 동일한 어려움을 여러 차례 호소해왔더랬는데,
개선된 바가 없자 급기야 호소문과 그림을 그려
대학버스 정류장에서 나눠주려 한다 했습니다.
번역(이라 말할 것 까지는 아니고)을 부탁해왔지요.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한 모습이 한국의 모든 모습인 것만 같아,
그것이 한 사람의 일상에 큰 불편을 만들고 있어,
미안하고 또 미안했더랍니다.
나는 타인의 처지를 얼마나 살폈는가, 저부터 반성했다지요.
 
                        -------------------------------------------
 
Dear Youngdong Students,
If you live in Geumgang Apts and come home late at night,
from 12am-6am, Please be quiet when walking to your apartment or dormitory.
When you walk up the steps, please walk quietly, don\\\'t run or walk noisily.
Please don\\\'t talk loudly during this time.
I live in Geumgang apartments also
and I can hear all the talking, yelling, singing, running up the stairs, etc.
I need to sleep. Due to noise I can\\\'t sleep at night.
Thank you for your understanding and consideratinon.

PROF. KARA.

학생 여러분들께 드립니다.
혹 그대는 금강 아프트에 살고 계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댁에 늦은 시간(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돌아오실 때,
제발 조용히 걸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늦은 시간 계단을 오르실 때,
제발 빨리 걸으시되 뛰거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말아주셔요.
부탁드리옵건대, 크게 얘기 나누는 것도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이 잠든 시간이지 않은가요.)
저 역시 금강 아파트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늘 소리 높은 대화와 외침, 노랫소리,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전 정말 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소리들 때문에 잠을 이룰 수가 없지요.
제 호소에 귀기울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케라 카스트 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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