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8.나무날. 맑음

조회 수 968 추천 수 0 2010.12.06 03:09:00

2010.11.18.나무날. 맑음


히말라야 고산족은 양을 사고팔 때
크기나 때깔이 아니라 성질로 값을 결정한다데요.
사는 이랑 파는 이랑 양을 데리고
같이 언덕으로 간답니다.
양이 아래로 내려가면 헐값이 되고
산으로 올라가면 비싼값을 준다합니다.
힘들더라도 풀이 있는 꼭대기를 향해 가면 말이지요.
우리는 어느 길로 가고 있는지요...

수행을 끝내고 아침 밥상 다 차려놓아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아침이었습니다,
머무는 이들도 식구들도.
이런 아침도 또 있는 게지요.
그런데 시간이 길어지니 자꾸 반찬 가지수만 늘어갔더랬지요.
하여 가벼운 아침상이 저녁상처럼 푸졌더랍니다요, 하하.

으윽, 잠 부족입니다.
일 하나 처리할 게 있어 4시 30분에 잤는데,
적어도 두 시간은 내리 자줘야
다음날 일상을 무리 없이 꾸리는데,
글쎄, 6시 달골 햇발동 복도에서 알람이 울렸습니다.
아무도 끌 생각을 않았지요.
한참을 지나 결국 몸을 일으켜 세웠는데,
나가서야 알았지요.
제 것이 아니니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던 겝니다.
류옥하다 선수의 시계였던 거지요.
쿡, 쥐어박겠는 소리였더랍니다요, 흑흑.

된장집 뒤란 은행을 줍고 씻었습니다.
지난 주 젊은 교수님이 주신 책 선물에 대한 답례로
이 산골에서 나는 것들을 챙길 참이지요.
유기농이라거나 자연산이라거나
돈을 사면 그것이 얼마나 하겠는지요.
그저 마음이랍니다,
산길에서 따온 오디 한 움큼, 장미딸기 한 주먹,
보리수열매 한 공기, 찐 고구마 하나,
누군가가 아이에게 준 안 먹고 아낀 껌 하나, ...
우리 아이들이 제게 주는 최고의 선물 같은.

어둠이 내린 마당으로 한 방송국에서 급히 작가와 PD가 방문했습니다.
오마이뉴스로 시작된 류옥하다 선수의 활약상 때문이지요,
이어 SBS의 생방송투데이에 방영된 건으로.
한 진보적인 PD가 나와 만들었다는 지방방송국으로
공중파에 식상한 사람들이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아 좋네, 하며
채널을 고정한다는 소문 들었습니다.
아주 좋은 만남이었지요.
무슨 일을 하거나 사람이 좋아야지요.
우리로서는 그리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것에서 매력이 컸습니다.
우리는 유명해지고픈 게 아니니까요.
그저 우리의 생각과 삶을 아주 적절한 규모로 나누고자 합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하였답니다.

종범샘 대구로 돌아가고,
학산샘과 승홍샘은 문경을 다녀왔습니다.
머무른지 한 주가 성큼이네요.
실한 파밭만 지나면 탐이 나던 대파,
그 대파 한 아름과 배와 호박과 총각무를 잔뜩 실어 돌아왔습니다.
낼은 총각무로 김치를 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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