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19.쇠날. 맑음

조회 수 1103 추천 수 0 2010.12.06 03:10:00

2010.11.19.쇠날. 맑음


어제 문경에서 온 총각무로 김치를 담았습니다.
김치는 늘 어찌 이리도 마음을 푸지게 하는지요.
늙은 호박으로 죽도 쑤었습니다,
팥을 삶아 넣고 새알도 넣어.
거기 겉절이처럼 총각무김치를 곁들였지요.
모두 퍽 맛나게 먹었습니다.

소사아저씨는 논도랑에 가서 물호스를 정리했습니다.
지난 5년을 썼던 물길입니다.
우렁이가 키웠던 벼들이 거기서 자랐지요.
소작하던 논입니다.
이제 주인에게 돌려주었고,
신씨할아버지네 논을 부치게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물꼬가 아니라 목수샘이.
목수샘이 본격적으로 유기농을 하며 독립을 준비하고 있지요.

저녁, 귀농인모임을 다녀왔습니다.
백두대간 지나는 괘방령 산장에서 있었습니다.
부면장님의 적극적인 권유였지요,
저도 객기를 부려
아니 귀농인인 내가 없는데 어떻게 그게 귀농자모임이냐 따졌던.
산골로 들어와, 혹은 고향으로 돌아와
들꽃차를 만드는 분에서부터 정치하시는 분,
공무원, 펜션하는 사람, 산살림 챙기는 사람, 각양입니다.
여성동지가 하나도 없었는데, 반갑다 했지요.
그저 친목모임으로 시작한다 하기
농사(뿐만이 아니라)공부모임을 제안했고 동의를 받았습니다.
건강하게들 만나 삶이 더욱 견실할 수 있길 바랍니다.
물꼬에서 다음 모임을 해보자고들 하셨지요.
밥 한끼 내는 일이 무에 어려울려나요,
다만 아무래도 추운 게 젤 걱정이라 했더니
땔감을 한 짐씩 가져온다셨습니다.
한 가지씩 음식도 가져오기로 했지요.
재미난 모임이 되겠습니다.

머물고 있던 서울의 승홍샘과 남원의 학산샘이 떠났습니다.
저 잘나서 타인을 뭉개며 재미를 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기를 망가뜨리면서 재미를 주는 이가 있지요.
지내는 동안 승홍샘은
어머니의 삶을 중심으로 한 집안 이야기를 기꺼이 팔며(?)
우리를 한껏 유쾌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학산샘은 몸과 마음을 내는 일에 대해
온 몸으로 보여주고 가셨지요.
아침마다 태극권으로 수행도 도왔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오랜 인연이길 소망합니다.
선물로 가져온 커다란 상자 두 개였던 구운김 내린 차에
물꼬가 나눌 수 있는 몇 가지를 실어보냈습니다,
총각무김치도.
가면서 먹으라고 승홍샘 무지 좋아한다는 호박죽도 싸서 보냈지요.
참 좋은 만남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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