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2.달날. 젖은 아침이 말라가는 한낮이었지요

조회 수 1077 추천 수 0 2010.12.06 03:12:00

2010.11.22.달날. 젖은 아침이 말라가는 한낮이었지요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지요.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 후 보름,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 전 보름에 든 절기입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던가요.
소설이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 된다 했습니다.
손돌바람 불고 손돌추위 온다지만
아직 따뜻한 햇살 남아 소춘(小春)이라 또한 불리는 소설이지요.
축축한 아침, 바람이 푹했습니다.
마치 눈부신 가을 숲길이 만든 그늘 아래를 걷는 듯도 하였지요.
여기 살면 날씨가, 아침이 여는 세상이,
다, 다 신비롭습니다!

그러나 마음 무거운 하루였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분신했다는 소식 들어왔지요.
어제 오후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민주노총 ‘영남권 결의대회’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 했습니다.
노동자가 ‘분신’을 해서야 그나마 언론이 관심(그것도 아주 조금)을 보이고,
그마저도 아시안게임 금메달 소식에 묻혀 단신기사로 처리되고 있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의 본질은
사내하청 ‘불법파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입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교수 3단체는
발표를 앞둔 기자회견문에서 이리 쓰고 있었지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이 필요 없는 문제다. 오래 전부터 학계는 그 불법성을 누누이 지적해온 바가 있다. 고용의 형식은 사내 하청이나 실제 운용은 파견형태여서 명백한 불법파견이라는 지적이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뒤늦게나마 이런 판단을 받아들여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최근 11월에는 서울고등법원에서도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법원의 판결을 따르라는 요구를 했고,
검찰은 ‘엄정대처’ 으름장으로, 회사는 손해배상 청구로 압박했습니다.
노조원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려던 가족들은 차단당했지요.
여러 곳에서 말합니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국격’을 따지고 있지만
노동현실은 1970년 그 시절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며 평화시장의 전태일이
11월 13일 분신한 게 40년 전이었습니다.
5년 전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노조 활동을 해오다
노조사무실 옥상에서 목을 매 자살한 노동자가 있었지요.
먹먹한 일입니다.
분신을 시도했던 황인하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합니다.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1983),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이 전태일이란 이름을 달지 못하고
손에서 손으로 건너다니던 그때,
그 책은 80년 광주를 기록한
황석영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와 함께
스무 살 젊음들을 거리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시대, 우석훈은 <88만원 세대>(2007)에서
‘20대여,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치라’ 외쳤지요.
그리고 오늘 한 뜨거운 가슴의 호소를 들었습니다.
‘...전태일이 ‘어느 청년 노동자’라는 비특정 인칭대명사로 가려져야 하는 현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기억되기 위해서는 광우병의 위험을 알렸다는 이유로, 용산에서 철거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노동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거리와 광장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잡혀가고 곤봉으로 난도질 당하는 이 시대를 고발해야 합니다. 녹색성장 부르짖으며, 선진화를 이유로 모든 것을 사유화하는 이들은 고작해야 나무 깎아 곤봉을 만들고, 동네 약수까지 팔아먹을 파렴치한과 다름없습니다. 이들과 같은 하늘 아래서 작은 소원이 하나 있다면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로 ‘난동꾼’에서 ‘데모꾼’으로 다음 세대에 기억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역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496 2010.1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12-12 1659
2495 2010.11.24.물날. 맑음 옥영경 2010-12-12 964
2494 2010.11.23.불날. 맑음 옥영경 2010-12-12 999
» 2010.11.22.달날. 젖은 아침이 말라가는 한낮이었지요 옥영경 2010-12-06 1077
2492 2010.11.21.흙날. 맑음 옥영경 2010-12-06 1075
2491 2010.11.20.흙날. 맑음 옥영경 2010-12-06 1012
2490 2010.11.19.쇠날. 맑음 옥영경 2010-12-06 1099
2489 2010.11.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12-06 963
2488 2010.11.17.물날. 맑음 옥영경 2010-11-25 1317
2487 2010.11.16.불날. 맑음 옥영경 2010-11-25 969
2486 2010.11.15.달날. 맑음 옥영경 2010-11-25 1115
2485 2010.11.14.해날. 맑음 옥영경 2010-11-25 959
2484 2010.11.13.흙날. 맑음 옥영경 2010-11-25 891
2483 2010.11.12.쇠날. 맑음 옥영경 2010-11-25 965
2482 2010.11.11.나무날. 낮 다섯 시, 천둥번개치고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옥영경 2010-11-25 1156
2481 2010.11.10.물날. 바람 멎고 맑다 옥영경 2010-11-25 1028
2480 2010.11. 9.불날. 바람 많고 춥다 옥영경 2010-11-25 1041
2479 2010.11. 8.달날. 비바람 지나다 옥영경 2010-11-16 1022
2478 2010.11. 7.해날. 비 오다가다 / 단식 이레째 옥영경 2010-11-16 1151
2477 2010.11. 6.흙날. 맑음 / 가을 단식 엿새째 옥영경 2010-11-16 134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