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9.달날. 눈 내린 아침

조회 수 1125 추천 수 0 2010.12.22 01:09:00

2010.11.29.달날. 눈 내린 아침


아침 달이 걸린 하늘이었습니다.
눈 내린 아침이었지요.

빈들모임을 끝내고 진홍샘이 머물고 있습니다.
소사아저씨와 함께 쌓였던 연탄재도 깨고
도끼로 장작도 팼습니다.
십여 년 제도교육은 그에게
몸에 맞지 않은 옷이었던 듯합니다.
결국 지난 여름 교사생활을 접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며 지내는 요즘이지요.
이곳이 몸은 힘이 드나
잠시나마 쉼이 되리라 믿어봅니다.

얼어붙은 고갯길을 겨우 넘어 읍내를 갔습니다.
읍내 들머리 눈길은 눌러 붙어있고,
경찰차 여러 대에서 경찰들 쏟아져 나와 있었습니다.
망가진 차도 여러 대였지요.
조심조심 다녀야겠는 하루입니다.

오늘 읍내 장터에서 한 아주머니로부터
뜻밖의 친절과 선물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직업으로 쉬 해줄 수 있는 일이라셨지만
선뜻 누구에게 뭔가 내밀기 그리 또 쉬운 것만은 아니지요.
“맨날 웃고 다녀서...”
이유가 이러했으니
웃는 일이 자신에게만 좋은 일 아니다 싶데요.
삶이 고단한 당신에게 늘 건네는 인사가 즐거움 되셨다니요.

유설샘과 미루샘 사이에 태어난 소울이 돌이었습니다.
그들의 주례를 섰고,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깊은 인연입니다.
그런데, 빈들모임과 겹쳐 가지는 못했습니다.
축하글을 부탁해왔고,
갈 수 없어도 그건 정녕 하고 싶었습니다.
날은 가는데 한 줄 글이 되지 못하다
전날 아침에야 부랴부랴 써서 보냈더랬지요.
그 아침이 너무 무거웠던가 봅니다.
쓰고 보니 그렇데요.
때로 저란 사람 너무 진지합니다.
어쨌든 축하글은 다음과 같앴고,
사람들과 같이 나누었다 합니다.
늦게 다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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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소울이가 365일을 살았습니다! >


세상에! 이제 일어서서 걸음을 떼는 너를 본다.
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음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이더뇨.
우리 모두 한 때 누군가에게 기쁨이었음을 기억케 해주어 고마우이.
소울아, 그 걸음처럼 그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거라, 네 길을.

매운 산골의 아침이다.
무서리도 없이 된서리가 내린 뒤
세상 끝 날처럼 모든 게 거무죽죽해졌더니
웬걸, 그 속에서도 색을 잃지 않은 것들이 눈에 띈다.
다부룩 다부룩 푸릇한 것들 또한 땅바닥에 붙어있더라.
소울아, 그리 질기게 질기게 살아가거라.

새들이 아침 마당에서 부산을 떤다.
창문을 여니 먹이를 먹다 일제히 날아오르네.
저리 갖가지 새들이 있었고나.
그리 어울려 끝없이 재잘대거라.
세상을 향해서 네 목소리 그리 내거라.

고개 들어 들을 본다.
지금은 빈들이나 거기서 우리 먹는 것들이 나고 자랐고,
또한 봄이 오면 그러하리라.
가끔은 걷다가 그리 쉬어도 가려무나.

하늘도 보자.
이 커다란 우주에 우리 아주 작을 것이나
우리 안에도 역시 그만한 우주가 함께 한다.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거라.
그럴 때 사람은 헤매게 된단다.

오늘 밤도 이 산골엔 달 둥실하겠는 맑은 날이다.
네가 세상에 보름달임을 잊지 말아라.
이미 충분하고, 또 충분하다.

굳이 더하자면, 더도 말고 네 어미 아비처럼만 살아가라,
그리 순하고 선하게.

곁에 있는 우리 어른들도 더 잘 살아
네가 함께 살만한 세상이 되도록 꾸려나가마.

건강하고 또 건강하여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2010.11.27.흙날
옥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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