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1.물날. 맑음

조회 수 900 추천 수 0 2010.12.22 01:10:00

2010.12. 1.물날. 맑음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입니다.
얼어붙은 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이지요.

계자가 돌아오면 밥바라지가 젤 맘 쓰이는 일입니다.
하기야 계자를 진행하는 가운데도 그러하지요.
먹는 게 그리 중한 겝니다, 말해 뭣하려구요.
하지만 마음 무겁다고 돈으로 쉽게 해결하려들지는 않으려 합니다.
마음을 내서 아이들을 건사하는 것, 그것이 물꼬 최대의 힘입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에, 아이들을 만나는 일에,
돈이 하는 일이 마음 하는 일만큼 되겠는지요.
안에서 따로 부엌에 인력이 배치되어있는 것이 아니니
밖으로 쫑긋거리게 되기 마련이고,
정히 여의치가 않으면
저라도 전체 진행을 하면서 밥을 하리라 마음을 먹지요.
워낙에 품앗이들이며 새끼일꾼들이 잘 움직이니
빈들모임이나 몽당계자처럼 큰 틀만 안내하고
부엌에서 밥 공양하며 진두지휘도 가능하겠다 합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고 신비롭게 때마다 밥바라지들이 붙었고,
잘해내 주었습니다.
대단하지요, 맘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실제 수행해내는 것 역시 더욱 어려울진대,
거뜬히 해내는 밥바라지들을 보면
경외감에 빠지고는 했더랍니다.
올해는 또 어이 되려나,
그렇게 계자 안내를 했더랬는데,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던 우리들의 해결사 짱가처럼
어머니 한 분, 아버지 한 분이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아이들과 함께요.
좋은 연이 되었음 좋겠습니다.

감기 기운 있어 머리 좀 지끈거립니다.
휴우, 낼부터는 김장입니다.
주말에 하려던 일이었는데
도와줄 손발들과 시간을 맞추다보니 그리되었습니다.
목공실 안에 깔았던 볏짚을 정리합니다.
뒤란에 쌓였던 연탄재도 한켠으로 깔지요.
지난 4년 동안 밖에서 해오던 공부 하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꼭 학기 평가시험 전 주에 김장을 했더란 말이지요.
피해가려 날을 어찌 어찌 잡아보지만
여러 사람과 일정을 맞추다보니 영락없이 그러했습니다.
올해가 지나면 평가시험을 김장하면서 준비하는 일정으로부터는
드디어 해방입니다,
하기야 사람 앞일을 어찌 알겠는가요마는.

동시에 두 가지를 하던 공부였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갈무리하는 종합시험도 둘이겠지요.
그 하나를 오늘 치렀습니다.
으윽, 중간에 자장면 시켜 먹어가며,
도중 통역(무슨 대단한 건 아니고 짧은)도 하러 가며,
무려 다섯여 시간 논술하느라 아주 팔이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뭔가 시작하고 뭔가를 끝내며 그렇게 한 생이 갑니다요.
남은 마지막 평가들로 지독한 열흘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간다는 걸 알지요.
사람이
닥치면 때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 또한 압니다.

아직 덜 추워서 그럴까요,
추위를 잘 견디고 있구나 싶어 자신이 대견한 요즘입니다.
역시 몸이 많이 단단해진 듯합니다.
철마다 몸을 살펴주는 멀리 있는 벗 하나가 그저 고마웠지요.
누가 이 세상에 내게 그리하려나,
코 시큰해졌더랍니다.
그런데도 늘 무정하기만 한 이곳 삶이랍니다요.
봄 오면 같이 꽃구경 꼭 가리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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