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3.쇠날. 맑으나 바람 거친 / 김장 이틀째

조회 수 964 추천 수 0 2010.12.22 01:11:00

2010.12. 3.쇠날. 맑으나 바람 거친 / 김장 이틀째


고래바람 입니다.
“야아, 토에이도네.”
간밤 야삼경엔 훈풍이더니
이 아침 바람은 그러하였습니다.
아무렴 김장날이 그리 수월하기만 하려구, 싶데요.
그래도 아주 차지는 않습디다.

“그래도 부엌이라고 따뜻하네.”
그제야 어르신들이 가마솥방의 창문과 천장을 보셨습니다.
그래요, 지난번에 교육장님이며 여러 어르신들 도움으로
단도리를 좀 하였더랬습니다.
화덕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방과 그리 다르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이제 물꼬에서 가장 따순 자리가 되고 있지요.
그냥 이중창이 아니더라니까요.
다시 고맙고, 거듭 고마울 것입니다, 오래.

‘무식한 울어머니’는 뭐라도 살림을 더 살필게 없는가
구석구석 열고 들여다보고 꺼내고 닦고 그리고 닫으십니다.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뒤로
통 보지 못했던 이상한, 그러나 맛난 음식들이 줄을 지어 나왔지요.
식혜도 더해졌습니다.
가져오신 묵가루로 묵을 쑤는 것도 보여주시겠다셨는데,
웬걸요, 잠시 나간 사이 언제 묵이 되어있었지요.
김장때라면 수육 없으면 또 서운타고들 합니다.
이날만큼은 고기를 넉넉히 사지요.
그것을 삶아내 막걸리를 내었더랍니다.

아무래도 간을 너무 심심하게 했던 모양입니다.
이른 아침 배추 켠켠이 소금을 좀 더 쳤더랬지요.
오후, 꼬박 하루를 소금물에 구른 배추를 건져냅니다.
“손발이 척척 맞아서...”
오후, 읍내 나갈 일 있어 다녀오니
고새 배추는 모두 건져져 있었습니다, 아이 손까지 더해.
올해도 어김없이 저는 그만
김장의 전 과정으로부터는 소외되었더랍니다요.
“늘, 이 낡고 큰살림을 도와줄 사람이 좀 없나 노심초사 하시지만
봐요, 사람 없을 적엔 어머니라도 오시잖아,
마흔까지 부엌 한번 들여다보지 않은 딸네집에.”
홍복이려니 한다지요.
말은 이리 하지만
너 식구들끼리 단촐하게 살면 되지,
이렇게 큰살림을 살아야하느냐 늘 물으시는 어르신한테
참 할 말이 없기도 합니다.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늘 자식 노릇은 또 그리 시원찮은지...
하기야 자식이 무엇을 한들 걱정이 아니 이시려나,
그리 위로 삼는다지요.

온갖 것들로 다시국물을 내서 고춧가루를 버무렸습니다.
액젓과 함께.
속으로 쓰일 것들도 다듬지요.
모다 김치 속이 될 것입니다.
배추 물을 빼는 동안 안에서 하는 일들이었지요.

손주 방에 들어 주무시던 어머니,
밤 내내 부스럭대는 소리에 건너오셨습니다.
“하다야, 하다가 참 웃기더라.”
앞의 하다는 하다 에미를 지칭함이고, 뒤의 하다는 물론 하다이지요.
아이에게 뭐 바를 거 없냐 물으셨더라는데,
병 하나를 내밀더라나요.
“이거 얼굴에 발라도 되나?”
하였더니 그러더랍니다.
“바르세요. 아무려면 어머니가 아들한테 나쁜 거 사주셨겠어요?”
아무렴요, 그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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