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 5.해날. 맑음

조회 수 1007 추천 수 0 2010.12.22 01:12:00

2010.12. 5.해날. 맑음


이른 아침부터 ‘무식한 울어머니’는
달골에서 서둘러 학교로 들어서셨습니다.
늘 그러시지요.
나흘째, 딸네 와서 가장 오래 지내고 계십니다.
날이 좋을 땐 아예 가마솥방에 주무실 때도 있으시지요.
잠시도 앉았지 못하셔서
곁에서 바라지하는 이들이 힘이 좀 듭니다,
일도 일이지만 그 속도와 쉼 없음 때문에.
언젠가 식구 하나가 그랬습니다.
“옥샘, 힘들지요? 다른 사람들도 옥샘이랑 일하면 그래요.”
그렇구나 했더랬지요.
다녀가시면 정작 앞장선 어머니보다
뒤에 선 이가 몸살을 한다니까요.

오늘은 아침부터 잣을 까고 계십니다.
작년에 통 수확이 없던 잣이었는데,
올해는 제법 달렸더랬습니다.
역시 벼 흉년이라 그런 모양이지요.
도토리도 예년에 견주어 넘치더니
모든 산열매들이 그런 모양입니다려.
열심히 두들기고 계셨지요.
어머니는 하다가 밀쳐두는 법이 없습니다.
그 많던 잣 그예 다 까셨습니다.

날이 조금씩 가물룩거렸네요.
물그늘진 오후는 한갓졌습니다.
근데 어머니는 어딜 또 가신 걸까요?
한참을 뵈지 않아 간장집에라도 가서 누우셨나 했더니
웬걸요, 은행 주워 씻으셨다나요.
어머니도 은행을 처음 줍고 씻어보셨답니다.
그 긴 긴 세월 사셨어도 처음 하는 그런 일이 있습니다.
신기하기까지 하지요.
하물며 더 젊은 우리들에겐 더욱 그러할 테지요.
그리고, 구석구석 김장뒷설거지들을 했더랍니다.

집안 어르신, 이번에는 가마솥방 뒤란 부엌문을 고치십니다.
“목수라고 말이야, 이름만 목수지...”
한소리 하는 것도 잊지 않으시지요.
대장장이집에 연장 없는 법입니다.
물꼬에 목수샘 있지만 늘 집을 지으러 나가니
예서는 그런 일 챙기기 쉽잖겠지요.
사실 우리끼리 하는 얘깁니다만, 좀 게으르기도 하거든요, 하하.
어쨌든 어르신은 하다랑 면소재지 철물점을 다녀오셔서는
몇천 원으로 부엌 뒤란 바깥 문, 그리고 곳간문을
훌륭하게 고쳐놓으셨습니다.
그냥 안 되는 일인 줄만 알고 살았더랬는데 말이지요.
어깨를 심하게 앓았던 어느 해는
문 한번 열기가 범보다 무서웠는데...
속이 다 후련헙디다.

오늘 떠나시려던 어르신들,
낼 닷새째 아침을 맞고 가실 참입니다,
딸자식 생일 앞두고 가기는 안됐다고.
3대가 모여 미역국을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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