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2.해날. 맑음
새벽 3시 넘어 마당에 내려섭니다.
이제 하루면 긴긴 4년 여 일정 하나가 끝이 납니다.
긴 침잠의 시간이었고,
한편 공부 하나를 하기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깊이 사유하며 길을 묻고 싶었던 그 시간은
나날을 살아내느라 그저 바빴습니다.
마치 뭔가 좀 하려고 휴학계를 내보지만
결국 별 한 것도 없이 다시 복교를 하던 대학시절의 시간처럼
(참, 요새 대학생들의 삶은 또 다르겠군요.)
시작점처럼 다시 선 게지요.
하기야 그게 삶이겠습니다.
이제 고만하고 자야겠다, 책을 덮고
마당에 다시 내려서서 기지개를 켰습니다.
날이 푹해요.
그래서 비가 내리나 봅니다,
눈 내린다 했던 날이지요.
아침엔 비 그쳤으나 날은 계속 꾸물떡거렸네요.
학기를 끝내는 시험 하나와
지난 4년을 갈무리 하는 시험 하나를 앞두고
오늘은 아주 달골에서 칩거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찌개를 끓이고
미리 해놓은 밑반찬들로 식구들 밥상을 차리고 있을 겝니다.
가끔 마당에 나가 잠시 좀 거닐고,
십여 권의 전공서를 계속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락차락’ 뭔가 계속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요.
뒤란입니다.
숲이지요.
거기 참나무 잔뜩 있습니다.
올려다보니 아주 키 큰 갈참나무 마른 잎이 부대끼는 소리입니다.
가만! 지금 바람은 없어요.
좀 더 목을 빼고 들여다봅니다.
바람 때문이 아닙니다.
바람이 거기만 닿는 일도 없을 테구요.
그렇게 갈참나무가 말을 걸어온 날입니다.
거기 벌레집 안에서 한 일생이 준비되고도 있었습니다.
오래 그들의 부산스러운 수다를 들었습니다.
신비로움이지요.
하기야 한 순간 한 순간 사는 일이 다 신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