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3.달날. 눈, 눈비로 변해가다
새벽부터 눈 많았습니다.
간밤 3시 넘어 마당에 내려섰다 비인 걸 보고 들어갔는데,
이내 눈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소복이 운동장을 덮었데요.
중무장을 하고 읍내를 나갔습니다.
아이가 걱정 되어 잘 도착했냐 전화가 오기도 했지요.
그런데 읍내 길엔 눈이 없습니다.
장화며 스키복이며 무색해졌더라니까요.
잔비에 녹고 있었고,
오후에는 아주 비로만 내렸답니다.
아이랑 무슨 말 끝이었을까요,
이런 이야기 오고 갔더랍니다.
“그건 엄마가 날 낳았으니까 책임을 지는 거고,
엄마가 늘 책임을 지라 그러잖아,
그리고 나는, 내 엄마니까 엄마를 책임지는 거야.”
엄마가 날 낳았으니 책임져라,
거기에서 끝나는 줄 알았더니 다음 말이 그리 이어졌지요.
그리고 다시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엄마는 날 낳았으니까,
나는 엄마한테서 태어났으니까!”
그래요, 어미와 자식, 서로 그런 존재이겠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읍내를 나가기 자주이지 않을 겁니다.
긴긴 산골 겨울이 우리 앞에 있지요.
일 년여 만에 들린 가게가 있었습니다.
마침 어둑해지고 있었지요.
손님도 없는 겨울 저녁이었습니다.
동치미에 든 무를 썰어 고추장으로 비벼 저녁을 드셨다 합니다.
“아, 맛있겠다.”
“그런 걸 좋아하나보네. 좀 주까?”
그렇게 밥을 내주셨습니다.
그리곤 목이 말랐겠지요.
무슨 말인가 돌다가 그 끝이 이리 덧붙입니다.
“딱 와인 한 잔 하면 좋겠네.”
그냥 혼잣말 같은 것이었는데,
“사주까?”
나가서 맥주를 한 병 들고 오셨습니다.
그렇게 쉽게도 밥을 먹고 술을 먹을 수 있습니다!
차려내야 한다, 자주 그런 틀을 들고 있는 제 자신이었더랍니다.
팔이 떨어져나가도록 다섯 시간여 논술지를 채웠습니다,
눈물이 날만치.
지난 4년 여 해오던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가치가 있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오직 했습니다.
하면 열심히 해야지요.
물꼬 침잠의 시기로 잡았고,
그 시절을 보내는 방법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훌륭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힘이 되었습니다.
오늘 그 마지막날이었지요,
아직 절차상으로 남은 일들이야 있지만.
애쓴 자신에게 박수를,
곁에서 바라지했던 이들에게는 더 큰 박수를,
그리고 무언가를 끝낸 수고한 모든 이들을 향해 무한의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