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4.불날. 맑음

조회 수 891 추천 수 0 2010.12.31 12:30:00

2010.12.14.불날. 맑음


저녁, 달 밝았습니다.
기온 떨어집니다.
그럴수록 별은 더욱 선명합니다.

혹독하기까지 한 이 골짝 추위를 앞두고,
두루 살펴봅니다.
겨우내 지낼 간장집도 살피지요.
한참을 비웠습니다.
불도 한번 지피고,
먼지를 털어내고,
이부자리를 깝니다.
달골에선 창고동을 살피지요.
햇발동이야 평소 지내기도 하고
사람들이 이러저러 다녀도 가고
작은 규모의 행사도 달마다 했던 터라
사람 지낸 흔적 있는 곳이야 무에 문제일려구요.
창고동은 워낙 공간 규모가 큰 데다,
해마다 보일러가 터져 고생을 했던 전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지난 여름 양양의 무운샘과 조진희님이 돌봐주신 덕 있어
올 겨울 보일러만큼은 걱정을 덜었습니다.
하지만 수도가 또 문제이지요.
있던 걸로 두어 줄은 열선을 감아주셨더랬는데,
아직 그냥 노출된 관들이 있었습니다.
낼 열선도 더 사와야겠습니다.
난로 재도 치워냅니다.
불을 피우고, 재를 치우고, 사는 일들이 그런 것일 테지요.

오가와 요코의 책 몇 권을 읽은 근래였습니다.
최초 읽었던 한 권을 통해
이름만으로 책이 더 읽고 싶었던 작가였더랬지요.
책을 그리 많이 드는 삶도 아닌데,
무슨 작가주의적 접근으로 책을 보다니요.
가끔 탐미주의적 소설을 읽으며 혹은 소설적 허구가 허망해지던 일이
그의 경우는 이야기가 엉뚱해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습디다.
도서관에다 다른 작품들을 더 신청해놓았답니다.
몇 해 하던 일을 마무리했으니
슬슬 글을 쓰려는 욕심이 날만도 할 테지요,
글이 될지도 모를 일이나.
이런 책들이 자극이 된다지요.

가끔 말입니다,
뭐 하자고 굳이 이런 작업(공동체라거나 새로운 학교 일이라거나)을 하는가,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공동체라는 이름은 복지나 종교라는 이름자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그만큼 상처 입힐 소지가 많은 낱말입니다.
손발 보태 겨우 돌아가는 구조에서,
그래서 의미 있고 가치로운 과정이 되는 이곳에서,
단지 모여 산다는 까닭으로 이제는 던져버린 낱말인 ‘공동체’가
자주 우리들의 발목을 잡고는 합니다.
잠시 머물게 되는 이가 이곳에 대한 책임은 지니지 않으면서
내가 한 노동도 있으니 내 몫을 내놓아라,
그런 요구를 하는 일도 없으란 법 없지요.
이제는 다 지나간 일입니다만,
언젠가 밖에서 자기 일하면서 가끔 이곳을 드나들던 이가
여기서 보낸 시간 동안 자신의 일은 못했노라
그리 비난을 하는 일도 있었더랬습니다.
사람 사는 일에 무슨 일인들 없고,
어떤 사람인들 없으려나요.
중요한 건 ‘누구든 필요해서 오고 필요해서 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건,
모든 일은 누구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 때문입니다!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이 있지요.
가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점을 만납니다.
이 작은 규모의 살림 안에서도
아주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기도 하답니다.
그럴 때 서글퍼지지요, 사는 일이.
오늘 문득 그 어느 한 순간이 생각났더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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