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17.쇠날. 눈

조회 수 1218 추천 수 0 2010.12.31 12:31:00

2010.12.17.쇠날. 눈


아침부터 눈입니다.
참 예쁘게도 내립니다, 많이도 내립니다,
어딘가로 하염없이 걸어 저 끝에서 묻혀버리겠는.
‘어느 먼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그리 시작하던 시가 있었지요.
‘먼 곳의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니,
김광균 시의 최고 절창은 이 행이었다 싶더이다.

올해는 눈이 많을 것만 같습니다.
이 산골에 푹 묻혀 침잠하고 그리고 나아가라,
그런 메시지를 주는 듯도 하지요.
날카롭게 깨우던 김수영 시 한 구절도 읊어봅니다,
각성을 불러일으키던 기침을 하자던.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 마음껏 뱉자.’

나흘째 어깨를 앓고 있습니다.
견갑골 주위에 힘을 주지 않으려니
이제 팔꿈치 아래와 허리통증으로 이어집니다.
아무래도 한참을 고생하겠다 덜컥 겁이 납니다.
마음이 바빠지지요.
더 심하게 앓기 전에,
오래 앓더라도 식구들이 잘 해먹을 수 있도록
밑반찬들이며 쟁입니다.
부엌신발은 어째 저리 쌔까매졌나요.
구석구석 먼지는 또 왜 저리 많답니까.
보이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해댑니다.
이러면 앓을 테고, 그러면 다시 앓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을텐데,
바쁜 마음이라도 벗어나려 바지런을 떨어보았더랍니다.

오늘부터 류옥하다를 비롯한 물꼬 언저리를
경인방송(OBS)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담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출발해서 들어오려던 촬영팀이
어둔 저녁 길에 걸음을 멈추고 밖에서 일단 묵기로 하였습니다.
예정은 열흘로 하지만 눈 때문에 이리 하루를 밀고 나면
일정이 또 더 길어지진 않으려나요.

슬슬 비웠던 방에 불도 지펴봐야지요.
간장집에 예비불을 넣어보았습니다.
계자 내내 머물 것이지요.
한편, 오늘은 된장집에 들어 잡니다,
두터운 눈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깨통증 때문에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어째 갈수록...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974 12월 25일, 학술제가 있는 매듭잔치-둘 옥영경 2005-01-02 1227
4973 2012. 3. 5.달날. 경칩에 종일 비 옥영경 2012-04-06 1226
4972 2011. 5.22.해날. 갬 옥영경 2011-06-04 1226
4971 2010. 8.22.해날. 오늘도 무지 더웠다 / 영화 <너를 보내는 숲> 옥영경 2010-09-07 1226
4970 2008. 3.21.쇠날. 맑음 옥영경 2008-04-06 1226
4969 2008. 2. 8.쇠날. 맑은데도 눈 나풀나풀 옥영경 2008-03-05 1226
4968 2007. 2. 8. 나무날. 비 옥영경 2007-02-12 1226
4967 2월 9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2-16 1226
4966 9월 24일 쇠날 맑음, 령이의 통장 옥영경 2004-09-28 1226
4965 2012. 2.20.달날. 맑음 옥영경 2012-03-04 1225
4964 2011. 7. 8.쇠날. 흐리고 아침 옥영경 2011-07-18 1225
4963 2011. 7. 4.달날. 볕 나고 갬 옥영경 2011-07-11 1225
4962 142 계자 나흗날, 2011. 1. 5.물날. 눈발 날리는 아침 옥영경 2011-01-09 1225
4961 138 계자 나흗날, 2010. 7.28.물날. 비 추적이던 아침 지나고 옥영경 2010-08-06 1225
4960 132 계자 나흗날, 2009. 8. 5.물날. 보름달 옥영경 2009-08-11 1225
4959 4월 몽당계자(130 계자) 여는 날, 2009. 4.10.쇠날. 맑음 옥영경 2009-04-19 1225
4958 2008.12.10.물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225
4957 2008. 6. 27.쇠날. 맑음 옥영경 2008-07-11 1225
4956 2007. 9.19. 물날. 갬 옥영경 2007-10-05 1225
4955 2007. 4. 9.달날. 맑음 옥영경 2007-04-16 122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