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0.달날. 맑음

조회 수 969 추천 수 0 2010.12.31 12:35:00

2010.12.20.달날. 맑음


달 참 밝습니다.
며칠 얼었고, 눈 내리더니,
이내 포근해졌습니다.
식구들이 마지막 은행을 씻었습니다.
주워놓고 씻지 못했던 것이었지요.
겨우내 아이들이 와서 잘 먹을 텝니다.

소사아저씨는 연탄을 안으로 들입니다.
일일이 들고 오기 먼 길이지요.
교무실에도 가마솥방에도 책방에도
난로 곁에다 이따따만큼 쌓습니다.
그래도 한 주를 쓰지 못하지요.
그런 반복으로 겨울이 갈 테지요.

“엄마, 먼저 씻어. 아들 말을 잘 들어야지, 착한 엄마지.”
아이가 그럽니다.
엄마 말을 잘 들어야 착한 아들이지,
그렇게 말한 적 한 번도 없지 싶은데,
어디서 저런 표현은 들은 것일까요.
어느새 이레가 됩니다, 견갑골을 앓고 있는지.
오늘은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하고 왔지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눕는데,
누우면 일어나지 못하겠다고 아이가 채근한 것이지요.

숙제 같은 일이 있지요.
오늘 부산 김정희님 댁에 전화 넣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이름자입니다.
오래 앓았고, 그런 속에도 물꼬에 손발 훌륭하게 보태신 어른입니다.
새끼일꾼 태훈이랑 계원이네 집이고,
계자 아이 미성이의 집이지요.
지난 시월, 세상 떠나신 소식 듣고도 내내 전화 넣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지요.
계원이랑 통화를 하는데 금방 목이 잠기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이야 워낙 오래 앓던 엄마로 무덤덤하다지만
그게 어디 그렇기만 할까요,
먼 이곳에서도 먹먹한데.
미성이 데리고 겨울에 예 와서 지내거라 하는데,
올 마음이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큰 놈들은 몰라도 막내에겐 좋은 외가가 될 수 있었음 하신댔는데,
그런 약속들을 얼마나 지키며 살 수 있는 삶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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