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0.나무날. 눈

조회 수 1070 추천 수 0 2011.01.03 17:12:00

2010.12.30.나무날. 눈


다시 눈 내립니다, 네, 또!
이젠 좀 덜 내렸으면 싶기도 하련만,
아직은 반가움이고 즐거움입니다.
아이는 도로를 뚫고 터널공사를 하고
남북국토횡단종단도로에, 내부간선, 외부순환, 아주 신바람이 났습니다.

“...할머니, 항상 저에게 큰 선물, 좋은 외가 되어주어 제가 행복한 사람이란 걸 느낍니다. 너무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한해에서 가장 행복한 일을 떠올려보니, 역시 물꼬입니다...”
물꼬는 몇 시설 아이들에게 외가입니다.
외가엔 외할미가 있지요.
어줍잖으나마 물꼬가 하는 순기능입니다.
한 아이, 얼마 전 인사를 와서
요긴하고 예쁜 선물 하나 주고 갔지요.
‘아는지, 너희들이야말로 내게, 물꼬에 선물인 걸.’

“좀 낫냐? 그래서 계자는 어쩌냐? 파스는 있냐?”
어깨로 낑낑대고 있자니
오랜만에 아이 일로 전화를 준 벗이 파스타령을 합니다.
늘 멀리서 챙겨오던 사랑하는(?) 그 많은 파스도 드디어 바닥을 보여
어제는 몇 개를 사들여오기까지 했지요.
소설을 쓰던 벗은 꼭 제게 글은 좀 쓰고 있냐 묻습니다.
“시만큼 잘 살지.”
사는 게 시라지요.
함께 오랜만에 한국문학들 들먹였더랍니다.
벗은 최근 눈과 관련된 제목의 소설 하나를 읽고
아주 화가 나 있었습니다.
“그 작가 16년 전이랑 좀 다르긴 하데?”
그래도 처음 들고 나온 소설은 우리들 구미를 당겼더랬거든요.
“... 용산참사며, 우리 그런 거 보며 부끄러워해야는 거 아냐,
우리 글쓰기도 그런 부끄러움 위에서 써야 하는 거 아냐?”
그래요, 그런 사람들을 짓밟고 지은 고층 아파트에서
버젓이 따순 잠자리에 뜨거운 물 콸콸 틀고 사는 삶,
결국 우리도 그 삶과 한패거리이지 않은지,
오늘 벗이 우리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의 길을 일깨웁니다.
마음 다 잡고, 몸 다 잡고, 잘 살아야겠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눈 잠시 멎은 사이
눈길을 헤치고 마지막 촬영을 위해 OBS 카메라가 오고
다시 휘몰아치는 눈을 바삐 헤치고 떠났습니다.
아픈 어깨를 안고 겨우 겨우 일정대로 움직이고 났더니
그제야 몸도 눈처럼 그렇게 하염없이 처져 내리는 겁니다,
마음도 따라 흐느적거리고,
그만 끝없는 절망이 엄습하는 겁니다.
그런데, 엄마 가방을 메고, 엄마 짐을 안고, 눈삽까지 쥐고
아이 용감하게 앞장을 서며 발목이 묻히는 산길을 걸어갑니다.
그 광경을 보며 아, 누군들 씩씩해지지 않겠는지요.
고마운 아이들입니다!

아, OBS에서 내리 열이틀,
그리고 다시 하루를 더해 촬영한 ‘멜로 다큐 가족’은
1월 4일 불날 밤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된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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