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흙날. 가끔 흐린 / 142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116 추천 수 0 2011.01.04 02:18:00

2011. 1. 1.흙날. 가끔 흐린 / 142 계자 미리모임


2011년 정월 초하루 아침,
물꼬에 마음 나눠주시는 분들께 절부터 합니다.

새해 아침입니다.
자고 일어나 해를 보는 건 여전할진대
무에 그리 해가 바뀌는 게 큰 의미이겠냐 싶지만
그런 지점에서 마음을 또 다 잡게 되는 게 우리들이지요.

늘 여러 어른들 그늘에서 살아가는 물꼬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손발로 헤쳐 가는 산골살림입니다.
아이들의 빛나는 날들로 위로 받고 위안 받는 삶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토끼해라지요.
사지에서 살아 돌아왔던 토끼의 슬기로 한 해를 걸으소서.
그들처럼 발랄한 날들이소서.
청안하시옵기.

142 계자를 하루 앞두고
어른들 (새끼일꾼포함) 미리모임이 저녁 7시에 있습니다.
길이 얼어 하루 세 차례 들어오는 마을버스가 오지 않은 지도 며칠,
오늘도 버스는 오지 못해 헐목에서 내려 걸어들 왔지요.
전영호님이 보내신 떡살과 떡볶이 떡 자루까지 짊어진 이들이
눈길 헤치고 그렇게 입성하였더랍니다, 한낮.
밥을 먹고 해떨어질 때까지
구석구석 아이들맞이 청소를 시작했지요.

참으로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긴 대학생활의 모든 방학(뿐만 아니라 모든 행사일정에까지)을 예서 보낸 희중샘,
예닐곱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이어진 인연 재훈샘이 있는가 하면,
이곳의 자원봉사자였던 품앗이 성문샘의 제자 유정샘,
초등학교 때부터 새끼일꾼 거쳐 이제 사회인이 된 세아샘도 있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첫걸음해서 대학 졸업반이 된 수민샘도 있고,
몇 해 전 댓살 먹은 아이랑 불쑥 찾아와 차를 마신 인연으로
그 아이 크면 와 보리라 했더니 정말 밥바라지를 오게 되신 무범샘
지난 여름 감동으로 혹은 무엇으로 내내 눈물 쏟던 현아샘이 다시 왔고,
고교교사로 방학을 이런 산골에서 보내겠다 기꺼이 나선 경미샘,
그리고 물꼬 영광의 얼굴들 새끼일꾼 윤지, 인영, 가람, 창우, 동진, 현곤이 있습니다.
수험생이 되기 전 고교 마지막 겨울을 보내려했던,
일곱 살 때부터 이곳의 아이였던 태우가 아파서 오지 못해 못내 아쉽습니다.
이곳 상주하는 이들을 더해 열일곱이나 되는 어른들이네요.
중2에서부터 고교생, 대학생, 직장인이 다 있습니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가 섞여있는 것입니다.
그런 구성원들이 한주 동안 아이들을 돌볼 것입니다.
어디서 이 나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일을 치루겠는지요.

올해는 일정에 조금 변화를 주었습니다.
해를 보내고 맞는 때가 겨울 첫 일정이었더랬지요.
그런데, 올해는 해를 맞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예년에 견주어 하루를 늦춘 거지요.
일정을 알고 진행한 건 아닌데,
덕분에 방학을 늦게 한 새끼일꾼들이 온전히 시간을 낼 수 있었네요.
하지만 지금까지, 언제나 먼저 참가인원이 찼던 첫 일정이
처음으로 뒤에 오는 일정보다 수명이 적습니다.
이런 계자도 있네요.
아이들 수가 많지 않으니 미리모임이 끝난 뒤 하는 준비들도
자정 좀 지나서는 마무리를 할 수가 있었지요.
늘 거의 밤을 지새우며 계자를 시작하는 희중샘,
오늘은 눈 좀 붙일 수 있겠습니다.

아, 한 시설에서 오기로 한 4명과 특수학급에서 오기로 한 4명이
데려다주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운영위원회의 인가가 나지 않아
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여기서 데리러갈 형편도 아니고...
그래서 더욱 준 숫자 되었지요.
하지만, 혼자 살아도 한 살림이라지 않던가요.
아이 하나여도 필요한 힘은 다 필요합니다.
적으면 어떤 면에서 일이 수월하기도 하지만
한편 개별의 특징이 더 많이 드러나서 힘이 들 수도 있을 겝니다.

모두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글 하나 되새기며 이 밤을 보냅니다.
‘우리는 자유인으로서 바닥을 청소할 수도 있고, 노예로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이 될지는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곳에서 모든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대는 그 일을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서 할 수 있다. 그대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키울 수 있다. 이것은 그대를 매우 품위 있는 존재로 만들고, 모든 사람이 그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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