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계자 닫는 날, 2011. 1. 7.쇠날. 맑음

조회 수 1080 추천 수 0 2011.01.10 21:41:00
142 계자 닫는 날, 2011. 1. 7.쇠날. 맑음


아침 해건지기로 이불을 털며 아침수행을 대신합니다.

장작 패는 소리를 듣는 아침입니다.
밥바라지를 오신 무범샘이 틈틈이 뒤란에서 장작을 패고 계십니다.
이곳저곳 남자들 손이 필요한 일을 찾아 그리 하고 계시지요.
고맙습니다.

늦게 퍼지는 겨울햇살 아래 아침을 느지막히 깨는 것도 퍽 좋습니다.
이번 계자 일정이 계속 그러하였습니다.
늘 버리지 못해,
그저 아이들이 이곳에서 하나라도 더 얹어갔으면 싶은 욕심에
꽉꽉 쟁여 넣던 일정들,
하지만 이 자연 안에 적셔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을,
겨울날 구들을 지고 쉬었다만 가도 좋을 것을,
이번엔 정말 그리 해보자 했습니다.
6학년들과 전체그림을 의논하면서도 그리 마음 모았더랬지요.
그리고, 정말 그렇게 했고,
나날이 샘들 역시 그리 무겁지 않은 일정이었더랍니다.
풍성하다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걸 하진 않았나,
그리 아니해도 풍성하더라,
좋은 계기가 된 계자 되었네요.

영동역에서 부모님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도
여느 때에 견주면 삼십 분이나 늦었습니다.
물꼬장터를 열고 떨어뜨린 물건들을 마지막으로 챙긴 뒤
모두 모여 역전 공연 한 판 했지요.
늘 계자에 왔던 아이들 숫자가 많고,
아이들끼리 기차를 타고 오가는 아이들도 그만큼 많으니
역에서 부모님들 뵙는 일이 점점 드물어집니다.
“학부모대표(?)로 김판성 엄마 와주셨네요.”
아이들을 오래 보는 것도 기쁘지만
그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을 오래 만나는 것도 참 좋습니다.
돌림노래와 신민요를 목청껏 부르고
자유학교 물꼬 교가로 마무리 지었더랍니다.

아이들을 기차 태워 보내고, 이어진 샘들 갈무리.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몸을 부렸습니다.
아이들이 남긴 글을 읽고 일정을 되짚으며 돌아보지요.
희중샘 표현대로
‘모아 두면 더 올 것 같고, 누군가 찾게 되던’
아이들 무리가 작았던 계자였습니다.
그 규모도 참 좋습디다.
아픈 애도 없었고, 사고도 없었지요.
병원도 먼 이 산골에선 그런 것도 다, 다 기적입니다.
샘들 구성이 좋았다고 모두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였네요.

경미샘은 다음 계자를 위한 장보기를 함께 하고 갔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뭘 더할 수 있을까,
그렇게 이 골짝 모진 추위 속으로 걸어온 이입니다.
고맙습니다.
겨울산에서 완전히 소진된 현아샘은
댁까지 무사히 들어는 가셨겠지요?
저녁엔 전영호님 위문(?)이 있었습니다.
고기를 재어 오셨지요.
다음 계자를 위해 계속 머무는 샘들(희중샘은 잠시 서울 다니러 갔고)
재훈샘, 세아샘, 새끼일꾼 창우, 윤지, 가람,
그리고 상주하는 식구들이 덕분에 든든히 잘 먹었습니다.
전영호님 제안으로
눈 내려 쌓인 마당에서 한밤의 축구도 있었지요.

사람 땜에 살고 사람 때문에 죽습니다.
이 아이들이 있어,
이 어른들이 있어 오늘도 물꼬는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 새끼일꾼들의 제안 하나;
엄마들도 계자를 와봐야 한답니다.
“우리들이 물꼬를 왜 사랑하는지,
물꼬 와서 그저 노는 게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는지...”
그리고 부모님들과 물꼬 생각도 나누고 싶다지요.
아주 오래전 한 때 그런 적 있긴 하였는데,
그러고 말았더랬습니다.
그런 시간 만들어 봐도 좋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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