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8.흙날. 맑음 / 143 계자 미리모임

조회 수 1060 추천 수 0 2011.01.12 01:03:00

2011. 1. 8.흙날. 맑음 / 143 계자 미리모임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한 계자가 끝나고 다음 계자로 건너가는 다리 날입니다.
박진홍샘과 새끼일꾼 경철이 오지 못한 자리를
영욱샘이 와서, 그리고 새끼일꾼 가람, 창우, 윤지가 남아 손을 보태
그 자리 메워주기로 하였습니다.
희중샘, 재훈샘, 세아샘이 지난 계자에 이어 계속 움직이고
영욱샘, 유진샘, 경미샘(지난 계자는 성경미샘, 이번은 최경미샘)이
처음으로 계자에 손발 더합니다.
새끼일꾼 수현, 윤정이도 들어왔지요.
그런데 큰동휘가 그만 차를 놓쳤답니다.
‘이렇게 어수룩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을 안고 왔다 합니다.
군대 말년 휴가를 내일 나오는 호열샘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곳을 드나들던 이입니다.
가마솥방에는 초등교사 4년차인 성희샘이 종대샘을 돕기로 합니다.
잘 쓰이고 싶다, 그렇게 밥바라지로 간 성희샘이지요.
이곳에 상주하는 이들까지 열일곱의 어른들이
143 계자를 꾸리게 됩니다.

청소를 하고,
한 곳을 또 살피고,
지난 계자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메우고,
그리고 저녁 7시 미리모임을 하며 전체 움직임을 그립니다.
밤 10시,
이름표며 글집이며 마지막 준비를 하니 자정에 성큼 이르렀네요.

그런데, 멀쩡하던 나무보일러가 뭔가 삐거덕거립니다.
도대체 불이 들지가 않는 겁니다.
저기압도 지독한 저기압이 돌고 있나 봅니다.
애가 탑니다,
바람은 점점 거칠어지고
방은 미지근할 기미도 없고
마치 아픈 아이를 눕혀놓은 방에 불을 때는 어미처럼.
늦게까지 일한 샘들이 따숩게 자야
내일 들어오는 아이들을 섬기는 일에도 움직임이 원할 할 테지요.
아쉬운 대로 석유난로 두 대로 공기를 데우는 걸로 조치를 합니다.
소사아저씨가 5시께부터 불을 붙이려 시도했던 일이건만,
누운 사람들은 춥다하고, 불은 자꾸 사그라듭니다.
그토록 지피려는 불은 붙지 않는데
어떨 땐 온 도시도 쉬 무너뜨리는 게 불입니다.
그게 생(生)이겠습니다.
기름도 부어보지만 잠깐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잘 자는 게 지혜일 테지요.
낼을 위해 소사아저씨를 들여보내고 갖은 애를 써봅니다.
여태 불 한번 맡은 적이 없습니다.
불 앞에서 장작을 패준 이들이 떠올랐고(앞의 계자엔 김무범아빠였습니다),
그동안 불을 관장해온 이들이 눈물겹게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가끔 처지를 바꿔보는 게 필요하다니까요.
방과 뒤란 아궁이 사이를 쥐새끼 곳간 드나들 듯 하고나니
어느새 새벽 5시,
눈까지 날렸습니다.
그제야 겨우 방이 따수웠지요.
거칠었던 숨결이 비로소 가라앉습니다.
한 해 한번 만날까 말까한 날씨 탓이기만 하면 좋으련,
혹 애들 내일 들어오는데 문제가 되진 않으려나,
잔뜩 긴장해야겠습니다.
아이들과 겨울을 나는 일, 어디서고 일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해결점을 찾으며 날을 채워나갈 것입니다!
해결할 문제라면 걱정이 없고(해결할 거니까)
해결하지 못할 문제라면 걱정을 않는다(어차피 해결 못할 문제인 걸),
다시 잘 새겨보며 말이지요.

143 계자, 또 어떤 날들이려나요,
어떤 아이들이 또 정토와 극락, 천국을 만들어 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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