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눈밝힘 6 - 자꾸 돌아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회 수 4299 추천 수 0 2004.07.19 11:27:00
옥 영 경

흔한 일입니다.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이들이 물꼬를 찾아오고,
그가 자식을 위해 새로운 학교를 찾는 이라면
더 자주 있는 이야기지요.
맞아요, 맞아요,
그래요, 그래요,
그렇지만 용기가 없다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참은 더 지금의 학교를 보내야한답니다.
그 사이 아이는 자라버리겠지요,
자라서 어른이 되어버리겠지요.
정말, 용기의 문제일까요?

겁 많은 여자와 어깨 넓은 사내가 있었습니다.
스님 한 분이 두 사람에게 독이 없다는 밀뱀을 내밀었지요.
뱀이라면,
그림이더라도 손을 댈 수 없어
수건 칭칭 동여매고 겨우 펼치는 게 너나 없는 마음일 겝니다.
용기를 낸 건장한 사내가 나서서 뱀을 받았는데
그 아저씨 글쎄, 떨고 있었습니다.
곧 뱀을 떨어뜨렸지요.
방바닥이 미끄러워 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네요.
그런데 한참 뱀을 들여다보던 여자가
가만히 뱀을 안았습니다.
그리고는 울더랍니다.
사내가 까닭을 물었겠지요.
뱀이 정녕 나를 징그럽게 하는가,
그러면서 눈을 봤는데 청노루같이 맑고 동그랗더랍니다.
그만 미안해지더라네요.
어째서 내가 그토록 싫어했는가 싶더랍니다.
어떤 일을 하는데
정말은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라 열린 마음이 더 중요할 지도 모르겠더이다.

다른 이가 말합니다.
대안학교 같은 곳을 보낼 수는 혹 있겠으나
아이가 이 사회에서 결국 뒤쳐질까 두렵답니다.
그래서 선택이 어렵다합니다.
만약 한 길에서 얻는 게 칠십이라고 하고
다른 길에서 얻는 게 삼십이라면
너는 어느 길을 가겠느냐,
두 길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한 제자에게 그의 스승이 물었답니다.
칠십입니다 했지요.
그러면 사십 칠과 오십 삼은 어떠하냐 물으니
오십 삼이지요 했습니다.
선택의 갈등은 결국 반반에서 일어난다 하더랍니다.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할 수는 없지만
단 몇이라도 사랑하며 사는 게 삶이라고 하데요.
한 길을 가면 다른 길은 가보지 못하는 길로 남는 법 아닐 지요.
선택이란 게 그런 거지요.
다른 것을 버리는 것 아니겠는지요.
가기만 하면 오십은 먹는 거다,
선택은 어쩜 그리 어려운 게 아닐 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한 길을 가면 되는 거겠습니다.

가지 않은 길을
자꾸 돌아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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