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눈밝힘 10 - 삶의 기술을 되찾는 공부

조회 수 4012 추천 수 0 2004.07.19 11:38:00
남의 집살이를 하고 돌아다닐 때는
딴엔 긴장하느라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긴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제 무릎은 이미 아주 심각하게 상해있었습니다.
대여섯 해도 더 되지 싶은 병력을 가진 이 녀석을
약없이 치료를 해오던 참이었지요.
걷기조차 힘들어지자 한의원이라도 갈까 해서
지금 상태를 점검해보러 양방 병원을 찾았습니다.
MRI를 찍으라데요
요새는 웬만하면 그것부터 찍으라고 해요.
연골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수확은 있었지만
오래 전 X-레이를 통해 얻은 결과랑 별 다르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MRI라는 것이 미세한 많은 질병을 찾아내기는 하겠지만
그 기술이 병원에서 으레 거쳐야 하는 절차가 되면서(값은 또 좀 비싼가요)
정작 의사들이 질병을 유추하는 실력은 잃게 만들지 않았나 싶데요.
보다 기계에 의존하면서
그들의 감각이 보다 무디어지지 않았겠나 짐작됩디다.
흐릿한 사진 한 장으로 그 속내까지도 다 읽어내던 기술은
이제 별반 쓸모없는 일이 되고 말았겠지요.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닙니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자기나 제 식구들의 건강문제를
어느 정도까지는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았던 것 말입니다.
민간요법이라는 영역이 그것의 큰 부분 아니던가요.
그런데 지금은 심지어 사람이 나고 죽는 일까지
그 엄청난 경험의 세계가 그만 병원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우리가 익히 알아왔고 자주적이었던 한 세계를
고스란히 잃어버리고만 것입니다.
이제 더는 태어나는 아이를 받아낼 줄도 모르고
식구 하나가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죽음의 귀한 과정에서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기술 같은 것은
병원 담 밖에서는 거의 남아있지를 않습니다.

아이가 하나 배가 아프다고 찾아옵니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은 건 아냐?
해림이랑 싸웠니?
혹 마음이 언잖아 배가 불편해진 건 아닌가 먼저 헤아려봅니다.
그게 아니다 싶으면
흐린 윗물도 아래로 흐르며 맑아지는 시냇물처럼
우리 몸도 스스로 나아지는 힘이 있을 거다.
좀 기다려보자 합니다.
그래도 나아지지않으면
우리 몸이 자연에서 왔듯
그 몸을 낫게 하는 것도 그 안에 있을 게다.
굳이 설명이 오래인 것은
약을 신봉하다시피 하는 요새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에야 두부로 매실로 효소로 만든 약들을 들이댑니다.
더러 침을 놓기도 하구요.
정 안되겠는 때에야
비로소 파는 약을 먹이거나 병원을 가지요.
물론 피 줄줄 흐르는 상처를 그렇게 미련하게 대하진 않다마다요.

스스로 삶을 관리할 줄 알았던 힘을
정녕 되찾고 싶습니다

(2003.11.11.물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75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 - 신상범 물꼬 2008-06-04 4827
74 길눈밝힘 16 - 보름달 그이 물꼬 2008-09-11 3954
73 ...젊은 청춘들에게 바친다-박상필 물꼬 2008-09-28 4529
72 사회과학과 철학 사이 - 김경동 물꼬 2008-09-28 4430
71 월리엄 코퍼스웨이트의 < A handmade life > 물꼬 2008-10-19 4348
70 <안티쿠스> 휴간에 부쳐-사회과학과 철학 사이를 읽고 물꼬 2008-10-21 4467
69 농사 김광화님의 무경운농법 물꼬 2008-10-28 5145
68 농사 갈무리채소 물꼬 2008-10-28 4628
67 농사 효소 만드는 법과 효능 물꼬 2008-10-28 4345
66 공동체 브루더호프 물꼬 2008-11-05 6166
65 배움 10살 전 아이에게 꼭 심어줘야 할 5가지 품성 물꼬 2008-12-12 3627
64 농사 채소 병충해 방지하는 10가지 무공해 재래농약 물꼬 2009-01-24 5186
63 농사 풀과 나무를 발효시켜 '효소'와 '반찬'과 '닭모이' 만들기 물꼬 2009-01-24 6696
62 먹거리 간장의 종류는 4가지로 분류... 물꼬 2009-01-30 5069
61 먹거리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조작식품 물꼬 2009-01-30 4191
60 건강 어깨결림 근육통 물꼬 2009-01-30 5003
59 농사 땅을 효율적으로 쓰는 사이짓기, 자연스럽게 물꼬 2009-02-09 4920
58 농사 유기농업의 본류 토종종자, 종자주권을 지키는 일 물꼬 2009-02-09 4603
57 농사 겨울철 원기충전을 위해 먹으면 좋은 “감 & 곶감” 물꼬 2009-02-16 4314
56 농사 집에서 간단히 만드는 천연 식초 물꼬 2009-02-16 4833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