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평소에도 전화받기가 수월치 않지만
지금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펄펄 끓는 이 냄비가 식기를 기다리며
오는 숱한 메일에도 단 한통의 답장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5월 4일 밤의 방송 프로그램은
우리가 사는 질감의 천분 만분의 일도 그려내지 못했으며
그릴 수 있다고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힘없는 이 곳이 좀 알려져서 논두렁이 늘어나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한 것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지요.
잠깐 비쳐진 그걸로 뭘 이해한다 말입니까.
교육이 그 만큼 끝간데까지 가서
희망을 찾던 이들에게 빛 한가닥되었을지도 모르잖아,
어떤 이는 그렇게 해석합디다만
글쎄요...
울리는 전화를 생각없이 한 통 받았더라지요.
5학년 아이를 전학시키고 싶다합니다.
뭘 믿구요?
정말 이런 학교를 지지한다면 논두렁(후원)으로 가입해달랬더니
아이만 보내면 얼마라도 낸답니다.
안타깝네요, 수천만원을 쥐고 오신다고 입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만 말씀드렸지요.
묻고 싶은 게 많다면
먼저 샅샅이 홈페이지를 뒤적여본 뒤
그래도 궁금한 게 있을 때 전화를 줄 수 있지 않을지요.
그런 수고는 젖혀두고
당장 전화기를 붙들고 어찌 하자합니다.
그것도 이기입니다.
이 가난한 살림이 굴러가느라 낮이고 밤이고 밭에 들에 나가있는데
어찌 자신만 생각하십니까.
불쑥 찾아오는 이는 더하지요.
세상에, 이웃도 아니고 아는 이도 아닌데
넘의 집에 쓰윽 들어서십니다.
멀리서 왔다는 게 반겨야할 당연한 까닭이랍니다.
지금은 아이들과 공부중인데요,
그러면 되려 몹시 언잖아하십니다.
절박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어제까지 버젓이 탈없이 살지 않으셨습니까.
날이 한참 가고 달도 몇 번간 뒤에도
여전히 지금 가진 관심이 유효하다면
그땐 오십사하지요.
그래서 저희는
'지금은 부재중'이랍니다.
죄송합니다!
* 덧붙임: 정녕 이 일이 가치롭고
그래서 물꼬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야 한다 여기신다면
저희 논두렁이 되어주심 얼마나 좋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