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인사

조회 수 1766 추천 수 0 2011.01.23 21:51:26

개인적인 편지글이라 '드나나나'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한메일이 메일 배달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이곳에 글을 옮겨 적어 봅니다.

지난 가을에도 몇 번인가 메일 드렸었는데 못 받으셨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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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샘, 안녕하세요?

저 소정이에요.다시 미국. 계자 중에 바쁘실 것 같아서 전화 안 드리고 왔어요. 보내주신 사과즙은 너무 달게 잘 마셨어요. 고맙습니다! ^-^

 

물꼬 가는 꿈을 몇 번이나 꾸었는지 모르겠어요. (실은 오늘도 꿨어요! ^-^) 아마도 저에게 물꼬는 쉼과 회복의 공간인가 봐요.

삶에 치여 지치고 외롭울 때마다 엄마가 보고싶고 물꼬가 그리워요. 옥샘, 저의 유학생활은 마음공부가 8할을 차지하고 있어요.

학위 과정에 들어오기 위해 미국에 왔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생에서 학위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새삼 뼈져리게 확인했어요.

이곳에서의 저는 저라는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실상이 얼마나 다른지 그 괴리감에 실망하고, 다독여서 일으켜 세우고 괴리를 좁혀보려 발버둥 치고,

작고 작고 작은 저이지만 이 생에서 어떻게 살아 무슨 일을 해서, 앞서간 이들에게 진 빚을 뒤에 오는 세대에게 갚아줄까 고민하며 지내요.

외롭긴 또 왜 이리 외로운지. 길게만 느껴졌던 추수감사절 주간에는 간신히 잡고 있던 긴장의 끈을 놓치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병 들었어요.

한 번 몸이 상하니까 회복이 잘 안 되네요. 아직까지 그 여파로 고생 중이에요.

 

헤헤~ 그렇다고 이곳에서의 생활이 고행이기만 한 건 아니고요. 전공 공부가 참 재밌어요. 학생 한 사람 한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 시험이나 수업 등도 마음에 들고요. 낯선 땅, 다양한 사람들 속에 숨 쉬며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참 쏠쏠해요. ^-^

 

샘,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인생의 길이라지만 홀로 서서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왜 이리도 잦은지요.

도반을 삼고 싶었던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되짚어보고 있는 요즘이에요.

결혼... 공부... 어느 겨울밤, 뜨끈한 아랫목에서 샘에게 토로하던 그 때의 그 고민은 지금도 고스란히 제 앞에 놓여있어요.

 

샘, 샘은 어떻게 지내세요? ^-^

이번 겨울에 졸업하시나요? 하다 많이 컸죠? 기락샘도 잘 계시고요? 삼촌도 건강하시죠?

샘, 졸업하시고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일은 없으세요?

궁금해요, 궁금해요.

샘, 소식 전해주세요! ^-^

 

사랑의 마음을 담아 소정 드림


옥영경

2011.01.25 20:09:59
*.155.246.137

아, 소정샘아,

눈 위에 또 눈 나리는 여러 날들이다.

그대 없이 설이 코앞이네.

 

계절학기도 없이 186학점을 들었더라.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땐 거기가 '지금'이었고 '여기'였던 게지.

어쩌면 그래서 그 지독했던 침잠의 시간을 건너갈 수 있었다 싶으이.

참, 모르겠구나, 기어이 그 말 많던 문제의 그 분, 그예 들이받았고,

비록 성적으로 불이익을 받았지만 요구한 사항들을 학교측으로부터 끌어냈더란다.

 

새해는,

아마 하다랑 산에 들어가서 더 많이 살지 싶어.

그리고, 서울 명동성당 사순절 특강을 시작으로 미뤄왔던 강의며들을 할 테지.

물꼬 내부에서 그리 많은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그라고, 그럴 짬이 있을라나,

하다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고 있었고, 그걸 계기로 sbs의 한 프로그램에 나오고,

이어 obs의 멜로다큐가족 101회에 등장했더랬네.

다시보기로 볼 수 있더라.

잠시 쉬고 싶을 때 보소.

 

그래, 그래, 수다가 필요했어.

누구한테도 말못할 그런 거.

이곳에서 지난 12월 말도 안되는 일을 겪은 때도 있었다.

그 일로 어깨를 다친 일이 있는데,

앓기도 오래 앓더니 덧나고 또 덧나네.

그런데 말이다, 그 '물꼬의 기적'말이지,

두 차례의 계자를 열일곱씩의 어른들이 함께 하면서

어느 때보다 수월하게 보냈더란다.

고맙고, 또 고맙다.

삶은 늘 그러하듯 '신비'이지. 잊지 마소!

 

다들 잘 지낸다오.

기락샘이야 늘,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고,

마누라를 어떻게 산골에서 빼내갈까 궁리하고,

하다는 신입생이 일곱 밖에 되지 않는다는 면소재지 중학교를 가볼까 말까 하고,

삼촌은 변함없이 이곳을 지키고 있고,

나? 변함없되 한편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요.

여전히 변증법적으로 삽니다요, 하하.

 

여름방학은 기니 대해리서 볼 수 있으려나...

밥힘이 제일이지.

잘 묵고, 잘 자고.

내 아름다운 벗이고 도반이고 제자인 소정,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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