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6.해날. 꽁꽁
부산은 96년 만에 만난 한파라 하고
서울은 10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이었다 합니다.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7.8도였다는데,
그럼 여기는 20도쯤 되려나요.
바람은 또 어이 이리 불어대는지요.
해거름에 각굴을 연탄난로 위에 올렸습니다.
곡주도 내오지요.
장선정샘이 계자 끝에 보내준 해산물들이 있었고,
겨울계자 마지막 밤 애쓴 샘들이 잘 먹었더랬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상자였답니다.
바람 차고 천지가 얼어붙은 산골에서
불가에 앉아 창밖을 볼 수 있음도 고마울 일입니다.
계자에서 남긴, 옷방에서 나온 모든 빨래들이
마지막으로 세탁기에서 돌아갔습니다.
빨래 끝!
기락샘도 다시 서울로 올랐네요.
류옥하다랑 달골 가장 음지쪽 눈을 썰어주고 갔습니다,
다른 데 다 녹아도 거기 더디니.
제 삶터라고 채근하는 아이한테 등 떠밀려
삽질 무지 하다 갔네요.
미국인 친구 하나가 우리 계자 끝나기를 목 빼고 기다렸습니다.
부리나케 전화를 해왔고,
내일 보자 하였는데,
어, 샘들이 온다는 전갈입니다.
품앗이거나 이제 품앗이가 되는 샘들 몇
낼 들어오기로 하였습니다.
수년 간 보지 못했던 얼굴도 있고,
엊그제 다녀간 이도 있으며
내내 큰 일꾼으로 움직이다 지난 겨울계자를 오지 못해 애가 닳았던 이도 있으며
그들의 친구 하나 새로운 연을 맺으러도 옵니다.
기다리는 게 먼저일 겝니다.
벗에게는 며칠 날을 미루었지요.
그렇게 사람들이 나가고 드는 이곳입니다.
글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합니다.
기록적 글쓰기에서 수행적 글쓰기로 나아가야 한다 생각하지요.
자신이 나아지지 않는 글쓰기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요.
좋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는 글쓰기를 하겠다고 한
젊은 날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렇게 글을 써왔는가,
어느덧 글쓰기가 그만 그저 습이 되어버린 건 아니었나 모르겠습니다.
나를 단련하는 글쓰기여야 한다,
새해에 굳게 하는 생각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