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7.달날. 맑음
“뭐?”
아이가 문을 두드리며 얼굴을 내밉니다.
뭐라도 쓰고 있을 땐 잔뜩 짜증 밴 얼굴로 응답하지요.
“일단 글(쓰던 문장) 다 쓰시고...”
“응, 됐어.”
“두 가지인데요,
하나, 저한테 오늘 시키실 일이 있으신가요?”
“아니.”
“두 번째, 어머니가 한 번 안아주시면 제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겠사옵니다.”
하하.
아이랑 사는 일이 참 즐겁습니다.
‘무식한 울어머니’ 이런 손자 보며 자주 그러시지요.
“어데서 저런 게 나왔을꼬?”
그러게 말입니다.
이 아이 아니어도 우리의 아이들,
우리 어른들을 살게 하는 힘이겠습니다.
희중, 아람, 소연, 현제, 그리고 현제의 친구 재구가 첨 왔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오지 못한 아람샘,
겨울계자 내내 애가 닳아
새끼일꾼들한테 당부 문자가 오고
제게 격려 글월을 보내고 했더랬습니다.
눈시울이 다 붉어졌더랬지요.
돈 번다고 와인까지 사들고 왔더랍니다.
소연샘은 세 해만에 본 건가요.
드디어 대학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비로소 집에 큰 소리치고 올 수 있었다 합니다.
새끼일꾼 현제도 두어해 만에 보았나요.
인사 겸 서로 얼굴도 볼 겸 벗에게 이곳을 소개도 할 겸
함께 왔습니다.
이제 고 3이 되는 그들입니다.
희중샘이 그들을 거느리고 왔지요.
고기도 사고 곡주도 사고
저들 먹을 것 죄 싸 짊어지고 왔습니다.
밤늦도록 참 많이도 놀았습니다.
이렇게 여유있게 모일 수 있는 날이 또 언제 오려나,
그리 아쉬워하며 말이지요.
산골 밤이 떠나가라 웃어대며
눈 위 고샅길도 걸었더랬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