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9.물날. 맑음, 밝은 달

조회 수 1252 추천 수 0 2011.01.26 23:25:55

 

2011. 1.19.물날. 맑음, 밝은 달

 

 

바구니 가득 쌓인 장갑 빨래를 합니다.

겨울계자가 지나간 흔적입니다.

샘들이 구석구석 일하며 끼고,

눈썰매에서 눈 위에서 산오름에서 뒹굴며

아이들이 갈아 꼈던 것들입니다.

식구들이 대청소도 하지요.

빼냈던 물건들이 다시 자리를 찾아 들어갑니다.

계자 뒷일들이 이렇게 여러 날을 걸쳐 마무리가 되어갈 테지요.

 

계자 다녀간 아이들집과 통화도 시작합니다.

으윽, 저녁 세 시간을 다 들여도

겨우 몇 집 되지가 않습니다.

아이들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이러저러 사는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고마운 연들이지요.

오래 그 아이들 자라는 시간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홍대 청소노동자들 해고 소식을 듣고

어제 아이랑 그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참에

마침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가 생각나 들먹였더랬습니다.

아이가 보고파서 인터넷 어덴가서 어둠의 경로로라도 보려고 했다는데

없더랍니다.

사서라도 보고프다 아쉬워했지요.

그런데 마침 한 도서관에서

얼마 전 새로 들인 목록에 그것이 있었습니다.

일상의 기적!

뭐 그런 셈이었지요.

아이가 보고 할 말 많은 얼굴로 글을 쓰고 있데요.

빵(임금)뿐만 아니라 장미(인권)까지 끌어낸 영화 속 그들의 연대가

이 나라 현실에서도 가능할는지요...

 

미국인 친구 하나 가까이 삽니다.

문득 오늘 그와 하는 대화를 유심히 관조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하는 소통법 말이지요.

만약 우리가 우리말을 모국어로 쓰며 서로 소통한들,

우리 정녕 소통이 보다 원활할까 의구심이 들었던 겁니다.

하물며 타국의 언어로 하는 건 더 어려울 테지요.

듣는 이의 한계를 고려하며 하는 그의 모국어도

하는 이의 말품을 생각하며 듣는 내 외국어도 자주 삐거덕거리지요.

그러다 어느 지점에서 크게 이견을 보일 때,

우리는 서로 접습니다.

그런데, 그때를 잘 살펴보면

그건 언어의 한계이기 이전 서로의 이견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깔려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한 마디 한 마디 아주 주의 깊게 듣고,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싶을 때 갖은 방법을 동원해 말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만남이

소통에 대해 깊이 배우게 하는 기회가 됩니다.

정성껏 듣기, 잘 말하기, 상대 마음 살피기...

고마운 연입니다.

 

“엄마, 착하게 살지 마. 그러면 손해 봐.”

두어 해 전이던가요,

열두 살 아이가 그리 말했더랬습니다.

그 아이 이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글을 오늘 썼데요.

사람이 착하게 살아야지,

아무리 설득해도 아닌 것 같은 표정이더니

제 안에서 비로소 그런 결론을 끌어낼 수 있었나 봅니다.

아이들은 잘도 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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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 할까요?

세상은 나쁜 사람들의 편만 들고, 나쁜 사람들에게 복을 주는데,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엊그제까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해답은 간단합니다.

'착하면 손해 본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자신이 나쁘게 살면 마음이 행복할까요?

아니지요.

 

결론은 바보같이 착하게 살면 남하고 비교했을 때는 불행할지 모르지만,

자기 자신의 마음이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착하게 살아야 되겠습니다...

 

(열네 살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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