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1.쇠날. 맑음

조회 수 1031 추천 수 0 2011.02.02 10:46:03

 

 

“좋으냐?”

은사님이 전화기 너머에서 물으십니다.

그 단문장은

아픈데 없느냐, 아이는 잘 크느냐, 남편은 잘 있고?...

그런 물음일 테고,

하는 일은 잘 되느냐, 요새 별일은 없고?...

그런 물음이기도 하며,

뜻한 대로 잘 살아가고 있느냐, 힘들어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어야 해,

너무 힘에 겹지는 않느냐, 그럴 땐 쉬엄쉬엄하기도 해야지,...

그런 점검이기도 하며,

아무쪼록 잘 있어야 한다,

그런 당부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저 역시 대답이 이러하지요.

“네.”

살만해요,

사는 게 다들 힘들지요, 뭐,

식구들도 다 잘 있어요,

지금 좀 힘들지만 열심히 살 거예요,

가르쳐주셨던 곧음들 잊지 않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건강을 챙기셔요, 오래 뵙고 싶어요,

잘 될 거예요, 다 잘 될 거예요,...

그런 대답인 게지요.

 

오늘부터 면소재지에서 컴퓨터교육이 있습니다.

면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작년에 하던 이들이 거의 다시 모이는데,

올해는 며칠 되지 않는데다

사람들도 만나고 컴퓨터도 좀 뚝딱인다 하고

저희 역시 가볍게 갔지요.

진행하던 중학 교사분이 챙겨서 연락주신 덕에 참가할 수 있었네요.

“되지도 않는 걸 뭘 그리 자꾸 해?”

그래도 하면 낫겠지요.

그런데, 면소재지 중학교 재학생이 한 학년 당 일곱이랍니다.

“신입생두요?”

그렇다네요.

환상이지요.

저 정도의 규모라면 학교 다닐만하겠다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래도 학교가 학교이겠지, 하는 마음 사이에서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놀러와.”

류옥하다 선수가 올해 열네 살, 그러니까 중학생 나이에 이릅니다.

체험삼아 와보면 어떻겠냐, 권하셨지요.

“우리는 수학여행비 같은 것도 다 지원해줘서 공짜야!”

중 2가 되는 여학생이 시골학교에 대한 교육비지원이 얼마나 많은지

열심히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다들, 전학을 가는 걸까요,

무엇을 바라고 그러는 걸까요...

“그래도 현실이...”

바로 그 때문인가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순간 바로 그 현실에 끄달려가는 걸요.

정말 정신 똑바로 챙기고 살아가야겄습니다.

“그래도 현실 때문에...”

바로 그 현실을 내가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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