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7.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11.02.05 01:15:29

 

 

“하다야, 사람들한테 좀 물어봐라.

 추운 겨울 아침, 사람들은 어떻게 이부자리를 빠져나오는지...”

한껏 게으른 날들입니다.

살겠는 의지가 없을 정도이지요.

도대체 이 추위는 적응이란 걸 모를 지경입니다.

햇살 퍼진 뒤 비로소 몸이 깨어날 때 그때 움직이는 게 최선이겠다 합니다.

그리합니다.

느지막히 달골에서 내려와

계자에서 아이들이 남긴 짐을 정리하고

옷가지들을 헤집으며 이름표들을 확인합니다.

글집도 여럿이 두고 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확인하고 주소를 찾고 봉투를 쓰고 포장을 하며

조금씩 재미가 났지요.

그래요, 하기 싫지만 하다보면 그렇게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달골에서 주로 기거할 듯합니다.

아무래도 이 봄엔 달골에 머무는 이가 없을 것이라 말이지요.

하기야 그럭저럭 그런 셈으로 지내도 왔습니다.

전화가 들어가지 않으니 유선 인터넷을 깔기도 어렵지요.

아이가 무선인터넷을 신청합니다.

회사를 알아보고 가격을 비교하고

마지막 클릭만 하면 되도록 모든 작업을 합니다.

아이를 기대고 사는 삶이라지요.

 

유설샘네가 설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퍽 요긴한, 그리고 참 좋은 선물을 보냈습니다.

헤아리고 보내준 그 마음 고맙습니다.

잘 쓰겠습니다.

 

흙집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기온수통 물을 뺍니다.

“윽, 저 아까운 물...”

실컷 데운 물이 흙 벽체 속에서 새고 있는 걸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어는 게 걱정입니다만 자꾸 단도리를 해주어야지요.

집이란 게 고쳐가며 사는 거라지만

저 흙집 짓는 과정에서도 애를 오달지게도 먹더니...

수평이 맞지 않아 물빠짐이 나쁜 것 정도는 문제도 아닙니다.

해우소 구조가 생각대로 원활하지 않아 결국 포기하기에 이르고,

지지난해는 벽체가 새서 고치더니,

온수통의 히터봉이라는 게 문제를 일으켜 큰돈을 주고 바꾸고,

수도꼭지들이 여럿 고장을 일으키고,

눈이 녹으며 물이 폭포처럼 천장에서 흘러내리고,

구멍 송송한 통로 쪽 위편 나무 벽들이며...

봄이 오면 공사를 하리라지만

도대체 어디서 또 어찌 손을 댈 수 있을는지...

그래도 하겠지요,

해야지요!

여러 사람이 애써서 지었던 집이었습니다.

그 마음, 그 손발들이 보람 되도록 잘 고쳐 잘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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