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31.달날. 맑음

조회 수 1058 추천 수 0 2011.02.11 12:13:29

 

 

설을 쇠러 기락샘 들어왔습니다.

이제 아주 대해리에서 가족들이 모입니다.

다음달 7일까지 있을 것이니 제법 오래가 되겠네요.

다른 식구들은 설을 쇠러들 떠났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이

이곳으로 설을 쇠러 혹은 인사하러들 들어올 테지요.

이럴 때 비로소 이곳에 뿌리내리고 사는구나 싶답니다.

 

달포나 방문을 기다린 가정이 있습니다.

1월 빈들모임에 오려니 하고 기다리고 계셨지만

계자가 있는 때이니 그냥 지나고,

2월 빈들모임을 기다렸지만 예비중학생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리라 해서

결국 3월에나 올 수 있겠는데,

너무 먼 날이라고 애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침 긴 설 연휴에 맘 내달란 부탁이 있었지요.

하여 어머님 한 분과 초등 6학년을 졸업하는 아이가 오게 되었습니다.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반갑기 더했지요.

마침 장애시설에 계신 분이어 나눌 이야기도 많았답니다.

달골에 올라와 밤을 묵지요.

아주 날밤이었습니다.

장애인의 성, 노인의 성에 대한 공감이 인상 깊었더랍니다.

 

그런데 산골살림을 헤아려 얼마나 많은 짐을 부려 놓으시던지요.

“어느 아이라고 다를까요...”

그렇게 헤아리며 아주 커다랗고 맛난 코코아통을 시작으로

산골에서 요긴할 거라며 수면양말 잔뜩에

귤상자며 딸기상자며 고기며

오리고기, 갈치순살, 비프스테이크 냉동식품이며...

“숫제 냉장고를 비우고 오셨군요.”

무어 하나라도 고민하셨을 겝니다.

그리하여 정말 잘 쓰이겠다 싶은 걸 챙겨오신 게지요.

그 마음이야말로 아주 아주 커다란 선물상자였더랍니다.

 

아이들은 또래라고 저들끼리 아주 신이 났습니다,

예 사는 애는 말벗을 얻어 좋고

온 애는 다른 세계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친구가 재밌어 좋고.

그도 예서 제 또래처럼 홈스쿨링을 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오산과 이곳 두 곳 살림을 하며 오르내려야 하는데,

그거 할 짓 아닙니다.

우리가 예전 상설학교를 하며 한 실패 한 부분이

그런 식의 결합에도 원인이 있었습니다.

여기 아예 이사를 와서 살면 모를까 절대 아니 된다 말을 잘랐습니다.

여자 분이 와서 살림을 거들 수 있다니 이만저만 반가울 일이 아니나

그렇다고 예 편차고 덥썩 오십사 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도 자주 오갈 수는 있겠다 서로 좋아라 했답니다.

어머님은 일 때문에 낼 되올라가고,

아이는 며칠을 예서 머물기로 하였네요.

엄마랑 떨어져 남의 집에 자는 건 처음이 될 거라 했습니다.

서로에게 긴한 시간이길.

 

‘한달동안 황소바람, 고래바람, 강추위, 눈이 많이 내린다. 수은주가 큰께 떨어져 수돗물이 계속 틀기 눈얼음께기 한달동안 매일 했다.’(소사일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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