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입니다.

 

날이 따숴진 게지요.

마당에 쌓였던 눈이 질척거리기 시작합니다.

오산에서 와 있던 수현이네가 돌아갔습니다.

아이를 데리러오며 강혜숙님,

상처에며 모기물린 데 바르는 거며 의약품들 상자 상자에다

가루세제를 아주 가마니 채 두 개 끌고,

커다란 코코아 역시 두 통이나 더해 우유들과 함께 챙겨오셨습니다.

골짝이라 과자라고 귀하지 않겠냐 사들고 오신 거며

늘 예서 대놓고 먹는 국수 두 아름까지

헤아려주는 그 마음을 읽으며 기분 좋게 하는 독서 같았지요.

그 떠난 자리로

대구에서 아이의 사촌들이 옵니다.

명절이라고 보니 것도 좋습니다.

 

계자를 끝내놓고 격한 항의 하나 받았더랬습니다.

그 일로도 이적지 마음 무거웠지요,

그래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계자에선 밤마다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 뒤

늦은 시간 샘들은 하루 갈무리를 하러 가마솥방에 모입니다.

저들끼리 어둠 속에서 조금 도란거리다 자는 일도 없잖은데,

아주 가끔 그게 과해서

샘들이 소란을 가라앉히러 출동(?)하곤 하지요.

아무리 요새 애들 말 절반이 욕설이라 하여도

이곳에 오면 누구랄 것 없이 마음이 순순해지고

그런 만큼 말 또한 조심하게 되는데,

지난 겨울 두 번째 일정에

같이 몰려다니는 여자 아이들을 업고

한 6학년 여자아이 욕설이 문제를 자주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그찮아도 욕설이 진한 특정 지방에서 오기도 하였지만,

밤에 잠들기 전, 그러니까 샘들로부터 거의 유일하게 시선을 벗어나는 그 시간

좀 심했던가 봅니다.

6학년들의 소란에 잠을 잘 수 없다 3학년 아이 하나 호소를 했고,

그 아이 역시 워낙 타인들과 툭툭대 왔던 데다 말품이 곱지 않으니

다른 6학년들의 방관 속에

욕쟁이 그 녀석 심하게 3학년 아이에게 말을 건넸겠지요.

그 3학년 샘들한테 와서 이르기도 하였는데,

소요를 달래러 대학입학을 앞둔 새끼일꾼이 가고,

또 좀 있다 초등학교 교사도 가고,

그리곤 그만 일정 진행에 또 어른들 야참준비에

이러저러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두어 밤 반복되었고,

으레 다른 숱한 일들처럼 아이들 속에서 일어났다 사라지는 문제려니

어쩜 가벼이 넘어가버린 일이었네요.

반성합니다.

3학년 아이 아버지가 아이의 하소연을 듣고 화가 났고,

아이들을 이곳에 보낸 어머니한테 타박을 하고,

일본 출장을 다녀와 그제야 얘기를 들은 어머니,

잔뜩 화가 나서 호된 전화를 해왔지요.

다른 거 다 놔두고

그런 일 하나 제압(?)하지 못한 누구를 탓할 게 아니라

그 아이 마음을 더 살피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거지요.

어디 하루 이틀 해온 일이랍니까.

이유가 있는 왕따도 있는 것처럼

그 3학년 아이의 깊은 편견도 첫날 저녁 이미 문제가 있었던 만큼

그이에게 헤아림 또한 더 필요했을 것을,

물꼬의 강점이라면 아이 하나 하나의 마음을 살피는 일을 첫째로 꼽을 것인데,

소홀했구나 자책하고 반성하느라고도

계자 뒤끝 퍽 가라앉고 있었지요.

이제 설에 기대 무거운 주머니 좀 내려놓으려구요.

새로 시작하겠다, 그런 거지요.

더 살피겠습니다.

아이들 더욱 잘 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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