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정월 초하루 아침입니다.
새해 달력이 들어오고 또 들어온 섣달,
떠난 해가 2010년인 줄 알았더랍니다.
하마터면 2011년이라고 쓸 뻔하였다지요.
새날 새아침이 밝는 일이 어제는 아니었고 내일은 아니겠습니까만
한 해를 가늠해보며 몸과 마음을 곧추세우는 지점으로서의 의미는
바래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물꼬에 살림을 보태 ‘논두렁’에 콩 심어주시는 분들,
손발로 물꼬 살림을 살아주는 ‘품앗이일꾼’들,
영광의 이름이라 불리는 물꼬의 청소년들 ‘새끼일꾼’,
가까이서 언제나 다사롭게 안아주시는 대해리 마을 어르신들,
그리고 멀리서 온기를 더해주는 많은 선하신 분들,
그 그늘에서 지난해도 무사하였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겨울의 길고 긴 어둔 밤은
거친 산골살이에도 비로소 책을 손에 쥘 수 있게 합니다.
도서관 서가를 걷다가 별 기대 없이 잡았던,
소말리아 유목민의 딸이 기록한 그들 이야기가 퍽 인상적이었지요.
‘......엄마는 필요하지 않은 것은 가지려 하지 않았다. 옮겨 다닐 때 끌고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과 이야기와 가축들이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원천이며 기쁨의 샘이다. 엄마가 가족과 친구와 가축을 돌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거울에 비춰볼 수 있는 것도, 잡지 표지에 나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 나온다....’(사막의 새벽;Desert Dawn/Waris Dirie)
삶을 살아가는 태도...
새해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 될 테지요.
계셔서 고마웠고,
물꼬 또한 있어서 고맙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정녕 평화로우소서.
2010. 1. 1.불날
자유학교 물꼬 옥영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