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5.흙날. 맑음

조회 수 977 추천 수 0 2011.02.23 11:50:38

 

 

아이의 사촌들이 가고

그 자리로 새끼일꾼 영화와 수민이 들어왔습니다.

올 설은 긴 연휴 덕에

사람들이 오고 가고 바로 연이어들 발길 대고 있습니다,

맞추기라도 한 듯.

수민샘은 지난 겨울 계자에도 짧은 대로 일손 보태고 갔던 걸음인데

또래 영화샘 온다고 같이 시간 맞춰 왔습니다.

머리 굵어지니 이러저러 이곳 살림 살펴

가방 가득 먹을 거며들도 챙겨서 들어왔지요.

 

밤을 샙니다.

집안의 장녀들입니다.

스물 댓 살들.

이제는 어른이 되어 같이 지난 시절의 뒷얘기들을 합니다.

저들 초등 3, 4학년일 때부터 보았던 인연입니다.

새끼일꾼을 거치고 품앗이일꾼이 되었지요.

무더기로 오고 가던 같은 기수(?) 계자 아이들이어

번번이 이리 가까이 따로이 얘기 나누기 짧았더랬습니다.

그러다 지치도록 얘기를 쌓아가니

그 결을 더 세세히 보게 되지요.

요새 애들 손끝도 까닥 않는다지만

웬걸요, 차례를 지내는 집들이라 어머니 돕던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언제나 그렇습니다만, 다 제 몫의 생을 걸머쥐고 간다 싶지요.

성품도 빤히 들여다보게 됩디다.

그런 줄 짐작 못하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따뜻하데요.

영화(movie)얘기도, 글 쓰는 얘기들도, 책이며도,

그리고 이 시대의 화두들도 올렸더랬지요.

고마웠습니다.

타인의 삶에 대해 관심이 남아있는 젊은이들이라니,

참으로 건강한 이들이었습니다.

과거만 있는 만남이 아닐 수 있을 때,

현재에서도 서로의 만남이 의미 있을 때,

그때 인연에 깊이를 더하지요.

이 밤이 딱 그러하였네요.

보고 또 보며 세월을 더해온 동안

어느 결에 이들의 존재가 제 삶에 얼마나 커버렸는지를

문득 깨닫는 밤이었습니다.

정녕 깊은 인연들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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