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 8.불날. 눈에서 비로

조회 수 1119 추천 수 0 2011.02.23 12:01:39

 

 

입춘 지나며 용케 바람이 칼날을 풀더니

응달진 서너 곳을 빼면 다 녹아내린 길이었네요.

오늘 아침에도 또 눈 나렸으나

금새 녹아 진땅에 스미고 있었습니다.

눈 내린 아침이 이내 비 되었지요.

그리고 종일이었습니다.

 

눈 사이 잠시 햇살 내릴 적,

까치 울었더랬습니다.

설 쇠러 간 소사아저씨,

여느 설처럼 이레 만에 돌아오셨습니다.

침잠기(성찰기로 보내고 싶었건만)로 보내던 지난 4년,

하던 공부 하나가 좋은 결과를 맺은 소식도 들어왔습니다.

곁에서 도와주었던 이들이 어디 한둘이었던가요.

고맙습니다.

달골에 무선인터넷도 새로 장만하였습니다.

다른 이의 것을 쓰고 살다 물꼬 이름으로 마련하였지요.

상품을 알아보고 결정하는 과정을 아이가 다 해주었고,

마지막 확인만 하면 되었습니다.

아이가 성큼 자라는 것도 고맙다마다요.

 

요 얼마 기락샘이 오래 머무는 동안

역시 ‘한국사회’가 우리들의 젤 큰 화제였습니다.

타인의 삶에 필요이상의 개입, 개인 혹은 개인의 자유 없음!

한 유명연예인의 학력위조설 진위여부과정에서

그것을 향한 집단적 광기에 퍽이나 놀랬습니다.

내 모습은 아닌가 화들짝.

모든 삶에 대한 불만을 그렇게 해소한다 의심날 만했지요.

그게 사실로 혹은 거짓으로 판명되었는지는 관심 없으나

사람들은, 그때, 미쳤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큰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정작 사회적 불의에는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요.

누구를 꾸짖자고 시작하는 말이 아닙니다.

내 안에 있는 그 광기와 그 무관심을 결국 말함이지요.

 

관용의 다른 이름은 자유이지 않겠는가 싶습니다,

관용을 통해 진정 개인의 자유로 확장될 수 있겠기에.

지난번 봤던 영화, 오기가미 나오코의 <안경>을 다시 떠올립니다.

할 말이 많은 영화이지만 감독의 이 시대 공동체에 대한 야유만 되짚어볼까요.

우리가 자라온 풍토도 그렇거니와

타인의 삶에 대해 필요이상의 개입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많은 공동체들이 실패한 것도 이 부분에 있지 않을까 짐작합니다, 타자에 대한 배려 부족.

타자에 대한 이해, 받아들임, 그것을 흔히 ‘관용’이라고 표현하지요.

아이들을 향해서만이 아니라 다른 이, 특히 다르게 사는 이에 대해

우리들은 도대체 ‘꼴’을 못 봅니다.

왜 나처럼 살지 않냐고 화내고, 심지어 공격적이기까지 합니다.

그의 삶이 내 무엇을 빼앗아가는 것도 아니고, 나를 못살게 구는 것도 아닌데,

단지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적대적입니다.

‘너’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바탕 되지 않으면

이제 사람들은 주인공 타에코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지요.

“(이곳에 지내는 동안) 오전 중엔 밭일을 하고요, 오후엔 공부를 합니다.

 여기선 협력해서 일하며 서로 믿음을 다져요.

 흙에서 자연의 은혜를 느끼고 삶의 참의미를 얻는 거죠.

 태양과 우주만물에 경의를 표하며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그렇게 돌아서는 공동체(영화에선 그저 민박집이만)는 바로 물꼬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같이 잘 살려고 했던 공동체였는데,

이제 타자에 대한 험담으로, 안아주기의 부족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겁니다.

(하기야 어디 그것만이 다이겠습니까만...)

새로운 학교에서 얻고자 하는 것이든 공동체에서 구하고자 하는 것이든,

그게 아니라 그저 주류 사회에서 살아가더라도,

관용은 결국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힘입니다.

나아가 그것은 낡았으나 여전히 유효한 ‘사랑’의 이름들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공동체실험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결론이지 않았을지요.

‘개인’ 혹은 ‘개인의 자유’를

모여 사는 곳에서(뭐 굳이 공동체라는 말을 피해가자니)는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보는 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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