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13.해날. 맑음

조회 수 1131 추천 수 0 2011.02.26 02:43:47

 

 

이 밤에 마감 한댔던 원고 하나 있었습니다.

진즉에 할 일이었으나 계자에 밀렸고, 게으름에 더디다

안하면 안 되는 지점까지 와서야 바둥대고 있었지요.

생각이야 자주도 했지만 글이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정적인 글은 더러더러 써왔지만 강의록은 하도 오랜만이어,

강의를 가더라도 원고를 미리 써서 책을 엮는 경우는 너무나 한참만이어

부담으로 글이 잘 나가지 못하고 있었지요.

지난 겨우내 아이가 주에 한 차례 인터넷뉴스매체에 쓰고 있던 글들을 읽으며

어째 이제 애만도 글이 못하다 자괴감까지 들었습니다.

날밤을 새우며 억지로 억지로 글을 맺었지요.

하지만 보내놓고 나니

아무래도 새는 날 다시 읽고 보내야겠다 싶데요.

아침에 되다듬어 정오 전에 보내겠다 다시 메일 넣었답니다.

이리 글이 정리가 되지 않음은

생각이 많다는 뜻이기도 할 겝니다.

물꼬의 오랜 침잠기의 끝이라

방향을 잘 가다듬느라고, 걸음새를 갖추느라고 그럴 테지요.

분명한 건 어디로 걷던 뚜벅뚜벅 걸어갈 거란 사실이랍지요.

 

목공실 안을 정리했습니다.

봄이 들어서기 전 해야겠다 마음먹고 있었는데,

며칠을 두고 소사아저씨가 먼저 일을 잡았습니다.

계자에서 그 추운 곳 그래도 온기 좀 있으라고,

또 이곳저곳 쓰임을 위해서도 볏짚이 바닥에 죄 깔려있었지요.

엉켜서 쌓여있던, 목공실이라기보다 창고에 가까웠던 곳이

조금씩 내용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올해 정말 톱질 망치질이 좀 되려나,

가슴까지 설레고 있다지요.

 

늦은 시간 뜻밖의 전화가 들어왔습니다.

아침부터 교무실에 남겨진 음성 있었고,

손전화로도 문자 여러 통이었는데,

한참을 지나서야 확인했지만

딱히 따로 할 대답이 없어 밀쳐둔 전화였습니다.

지난 번 청소년계자에서도 느닷없이 다녀갔던,

우리나라 최고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PD였지요.

그 파급력을 워낙에 들어왔던 터라

물꼬에서 다른 것 다 해도 그건 안 하겠다 하던 프로그램입니다.

답이야 동일했지요.

그런데도 넙죽넙죽 밀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한편, 일을 하면 저리 해야겠구나, 그런 배움이 다 일었네요.)

“하게 되면 정말 잘 만들겠습니다.”

당장 내려오겠는 기세였지요.

하지만, 나중에 다른 프로그램으로 잘 만나자 하고 전화는 끝났더랍니다.

산골 구석 작은 움직임에도 가져준 관심 고맙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은 기회에 만날 일 있길.

 

그리고, 선정샘의 편지를 읽으며 혼자 보기 아까워 예 옮깁니다.

“...

흙집은 계속 이래저래 탈이 계속 되는 듯하고

봄이 되면 뭔가 고된 일을 하실 모양인데

몸을 아끼셔야 해요.

 

미안하고 구차스러워도 부탁 말씀하시고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거나 마무리가 되지 않더라도

여기까진 걸까 여기셔요.

 

요즘 상태론 제가 이런 말씀드리기가 참 민망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처럼 타고 나길 잘나게 태어나고

남들이 못 보는 것도 보이고

남들이 못 느끼는 것도 느껴서 고단한 사람들은

그러려니 이러면서 놓을 줄도 알아야

심신이 덜 고달퍼요. 삭신도 덜 쑤시고요...”

 

고맙습니다.

이어 쓴 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안성빈 선수의 이야기도

한 편의 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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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이 블럭놀이를 하는데

외할머니가 옆에 있었어요.

 

"성빈아 뭐하니?"

"집 지어요"

 

"몇 층 짜린데?"

"왜요?"

 

"할머닌 10층에 살고 싶은데."

"그럼 10층은 할머니 집 하세요."

 

"너는?"

"저는 뛰어도 안 혼나는 1층에 살 거고 집주인 할 거예요."

 

"집주인?"

"네. 꼭 집주인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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