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14.달날. 눈발

조회 수 1265 추천 수 0 2011.02.26 02:44:46

 

 

눈 나리는 한낮이었습니다.

오후 잠시 주춤도 하더니 밤, 다시 계속되고 있지요.

이제는 “또 눈?”이라 되묻지도 않습니다.

오는가보다 하지요.

 

오늘은 된장집 온수기까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가스가 얼었다는 게 추측이었지요.

해동기에 얼마나 더 구멍이 나려는지요.

새면 막고, 깨졌으면 붙이고, 망가졌으면 바꾸고,

그렇게 또 봄을 맞아야지 합니다.

 

오전엔 마을에서 논과 밭둑에 불을 놓았습니다.

쥐불이지요.

마른 잎새들과 덤불도 태우고

봄부터 무서운 기세로 오를 풀도 미리 한번 잡아주고

벌레와 야생 것들한테 엄포도 좀 놓고, 그런 불이지요.

그런데 산 아랫마을이니 산불이 걱정입니다.

해서 몇 해 전부터는

아예 마을에서 집집이 동시에 불을 놓게 되었지요,

산불요원들을 배석시키고.

물꼬도 길 아래 밭둑과 마늘밭 밭둑에 불 놓았답니다.

 

아침이었습니다.

“달골에서 일 좀 하고 내려갈게요.”

오래 미적거린 원고 하나 간밤에 마감하기로 했습니다.

헌데 날밤을 새고 보내고 나니 아무래도 자꾸 뒤가 돌아봐져

밝은 날 다시 읽고 고쳐 보낸다 했더랬지요.

11시 쯤 막 퇴고를 마친 글을 메일로 송고하려는데

그 찰나 아이가 급히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사람이 들이닥쳤다네요.

방송국입니다.

지난 청소년계자에도 다녀가고, 다시 어제 전화가 들어왔던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한 방송국의 다큐멘터리 PD입니다.

“일단 학교로 내려가죠.”

부담스러웠던 일 마친 가벼움으로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국수나 말아 같이 먹었지요.

그때 촬영감독도 왔습니다, 동행인도 한 명.

하지만 달여낸 차와 군 은행, 그리고 얼려두었던 곶감 꺼내 잘 나눠 먹고

총총히 떠나보냈습니다.

먼먼 훗날 다른 프로그램으로 만나자 했지요.

거절하다 하다못해 나중에는 정말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더라도

이 흉흉한 겨울 말고 꽃 피는 봄 이후에나 하려나 했지요,

지난번 OBS의 <멜로다큐 가족> 새해 첫 방송으로

물꼬의 올 한해 방송이 충분하기도 했고.

한 해 한 차례 1시간 분량!

물꼬가 잊히지 않도록, 그러나 환상은 갖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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