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2.20.해날. 맑음

조회 수 861 추천 수 0 2011.03.07 03:23:26

 

 

대해리로 돌아왔습니다.

닷새나 비운 집입니다.

씨감자가 들어왔고,

채워놓았던 냉장고가 비었고,

엊그제는 마을에서 농협 좌담회가 있었다 합니다.

마을은 여전히 세월을 살았고,

나고 죽고 가고 오면서 세상은 늘 그리 돌아갑니다.

 

부엌 뒤란의 터진 수돗물 소리가 며칠의 안부를 전합니다.

얼었다 녹으며 곳곳 터진 자국들이

봄소식 앞서 들어옵니다.

마을의 경로당 들어가는 물 어디께도

그리 터졌다던가요.

얼어붙은 겨울도 겨울이었지만

돌아오는 봄이 더 막막해지는 듯합니다.

아직 수압이 떨어지진 않았습니다.

날 풀리는 걸 봐가며 서둘러야할 테지요.

땅이라도 녹아야 파보든지 않겠는지요.

 

한 도시 대안학교에서 온 전화가

늦은 시각 짧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 학교의 한 학년 아이들 전원이 한 학기를 예서 보냈음 합니다.

오래전 한 대안 고등학교 설립위원이었던 한 선생님이

물꼬가 상설학교의 갈등을 겪고 침잠기로 들어갈 적

도시 대안학교들과 물꼬를 잇는 일을 제안하셨습니다.

도시에서 부족한 것을 물꼬가 지녔으니

그것을 채울 거점이 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지요.

벌써 세 해가 된 이야기입니다.

있어보자고 했지요, 그때는 내키지 않던 일이었습니다.

꼭 그렇지 않아도 이러저러 꼬리가 희미해져간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대안학교를 다니는 물꼬 계자 아이의 어머니가

혹 그러면 어떨까 제안했네요.

시작은 순전히 그 가족과의 각별한 인연이었습니다.

그래서 답사를 왔으면 하는 그 학교 담당교사와

먼 길을 오기 전 전화로 통화가 좀 길었던 게지요,

미리 부족한 걸 좀 충분히 전하면

이 먼 길을 오기까지 할 것 없을 것이니.

어쩌면 좀 밀어내는 듯한 맘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드나들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지는 않았던가,

지레 마음 움츠러드는 까닭이었는지도 모를 일이구요.

하지만 일을 맡았던 교사가 일단 공간 보고 얼굴 보고 이야기를 나누자 하였고,

예정대로 낼 답사를 오기로 하였습니다.

재미난 한 학기가 되리란 기대가 한 갈래,

한편 또 발목이 묶인다고 저어되는 생각이 또 한 갈래,

이 맘과 저 맘이 엉키며 내일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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