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동 바닥을 정성스레 닦고 향을 피웁니다.

곧 아이들이 일어나 수행을 할 것이지요.

야삼경 지나 잠을 자고도

일어나자 하니 또 건너오는 아이들입니다.

국선도와 태극권의 기본운동으로 해를 건졌습니다.

 

이번 예비중 계자의 큰 틀은

네 덩어리의 ‘야단법석’과 밤마다의 ‘실타래’입니다.

야단법석이 무엇입니까.

야단법석(野壇法席), 야외에 세운 단에서 불법을 펴는 자리,

들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많으면 법당이 좁았겠지요.

그러니 들로 갔을 것입니다.

석가가 야외에 단을 펴고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는

무려 3백만 명이나 모였다던가요.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할 것이라

이처럼 경황이 없고 시끌벅적할 때를 흔히 가리키는 낱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보낼 시간이 그러할 것입니다.

떠들썩할 테고,

한편 우리들은 순간순간 깨치기도 할 것입니다.

달골에서 내려와 아침을 먹고 야단법석을 시작합니다.

야단법석1부터 4는 딱히 정해진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 의논해가며 정해가려지요.

야단법석1은 보글보글방입니다.

수제비와 볶음밥, 그리고 달고나로 뜻이 모아졌지요.

서로 방을 나누었으나 어느새 교류하고 있었습니다.

재료와 도구를 내놓고 멀찍이 앉아 아이들의 물음에 답을 합니다.

“소다는 얼마나 넣어요?”

“적당히.”

맛을 봐가며 하면 되겠지요.

“간은 뭐로 할까요?”“밥이 좀 싱거운데요...”

“물 끓어.”

“뭐부터 넣을까요?”

“반죽(하는 거) 잡아줘야지.”

“양파 저렇게 썰어도 돼요?”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지요.

세훈이의 칼질은 여전히 빛났으며

부선이의 반죽은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만했고

지호와 하다의 달고나는 거리에 난전을 내도 되겠다 했으며

성재의 볶음은 또 얼마나 일품이던지요.

“내가 얼마 만에 먹을 만한 보글보글을 맛보는지...”

맛납디다.

“계자에서 갈고 닦은 솜씨예요.”

어깨를 으쓱거리는 아이들이었구요.

 

봄을 찾아라!

야단법석2의 과제였습니다.

상수원지 가는 계곡을 거슬러 올랐지요.

버들강아지 하나쯤 꺾어오겠구나 했습니다.

찾아온 봄을 보자 했지요.

“오다가요...”

쥐고 오던 걸 서로 달려오느라 놓치기도 했답니다.

“봄 오긴 다 글렀네, 그리 잃었으니.”

“이거요.”

“청미래 열매구나.”

지난 가을의 흔적을 가져오기도 했지요.

“사람들이 들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수현이가 찾은 봄이 최고상을 받았더랍니다.

 

“물꼬의 속틀은 정작 시간표 안에서가 아니라 사이와 사이에서 더 빛나지요.”

늘 하는 말입니다만

이곳에서의 쉬는 시간은 과목과 과목 사이의 쉼이 아니라

아이들이 꾸리는 최상의 속틀이지요.

예비중 계자라고 어디 다를려나요.

책방에서 모둠방에서 저들끼리 만든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더욱 신이 납니다.

그런 가운데도 밥 때가 되면 꼭 두엇은 달려와 일을 거들었지요.

 

저녁을 먹고 달골 오르지요.

오늘의 춤명상은 꽃길입니다.

저들 가는 길에 뿌려주는 축복의 길입니다.

춤으로 환희를 노래하는 꽃 춤도 추고

노래에 몸을 싣고 둥실거리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하나 하나 만개한 꽃도 되고

견실한 열매가 되기도 하였으며

충만한 기쁨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살아갈 한해가 그러하길 빌었더랍니다.

 

“물꼬표 골뱅이무침!”

오늘 야식에 대한 아이들의 바램이었지요.

성재와 현진이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뭐 그런 거였지요.

젤 바지런히 물꼬를 드나들던 아이들입니다.

모두 열 장정이 먹을 국수를 이 밤에 해치웠더랍니다.

성빈이와 현빈이의 전투적 자세를 예서 보았고,

세훈이와 부선이의 무지막지한 먹성도 확인하였지요.

어디 그 아이들만 그랬을까만.

 

기다린 실타래입니다.

먼저 우리 생애의 기쁨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아름답고 빛나는 날들이 우리 생을 밀고 가지요.

한편, 아이들이라고 사연들이 없을까요.

기쁨 반대편의 감정들도 우리를 채우고 있지요.

서로 위로하고 안아주었습니다.

아직도 실의 끝은 나오질 않았지요.

내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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