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당긴다고 당긴 일정이 거의 자정에 다다랐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씻고 한방에 또 모인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으며 마당에 내려서니 1시.

산마을은 어둠에 푹 잠겼고,

밤비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늘 고마운 하늘이지요.

사흘을 다 지나서야 비님 내리십니다.

 

아침, 어제 같은 수행을 마치고 마을에 내려갔지요.

오전의 야단법석3은 나무를 하고 장작을 패기로 합니다.

우리가 따숩기까지 쓰이는 것에 우리도 참여키로 하지요.

마을 저 건너에서 겨우내 산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참나무를 베어내지요.

표고목으로 쓰이는 게 첫 목적일 테고

그보다 더 굵은 것은 목공용으로, 가는 것은 땔감으로 쓰일 것입니다.

톱을 댄 것의 마지막 끄트리는 허드레로

누구나 가져와 쓸 수 있습니다.

소사아저씨 앞세워 아이들을 보내지요.

한 아름씩 안고 교문을 들어섭니다.

“하룻밤 불쏘시개도 못되겠는 걸.”

다시 달려갔다 돌아오는 아이들이었지요.

 

장작을 패는 것도 소망 하나라나요.

마당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제야 우리는 사진을 찍고 않고 있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때부터 저들이 사진기를 들고 다녔지요.)

돌아가며 장작을 패보지요.

통나무를 세워 먼저 쪼갭니다.

다음은 쪼개진 나무를 눕히고 도끼질을 하지요.

 

날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습니다.

오후의 야단법석4는 이름이야 달골 ‘산책’이었습니다만

거의 산오름 수준이었지요.

포도즙과 파이 하나씩을 들려 산으로 내몹니다.

“분명히 산책이라셨는데...”

달골을 감싸고도는 산길을 걷자면 나절가웃은 보내야 하니

중간 어드메서 숲을 가로질러 급하게 경사진 길을 뚫고 내려옵니다.

그 길에서 아이들은 준비 없이 가는 길이 어떤 것인가를 배웠다 하고

그래서 살아가며 어떤 준비들을 해얄지 깨쳤다 합니다.

그래서 야단법석, 그 설법에서 배운 바 있게 되었더란 말이지요.

 

성빈이와 현빈이가 저녁 버스를 타고 나가게 되었습니다.

계자 오기 전 미리 양해를 구해왔더랬지요.

도저히 빠질 수 없는 일정이 해날 있는데,

그러고도 오지 못했던 지난 두 해 물꼬가 너무 그리웠노라

간절히 오고프다 했더랍니다.

아이들이 배웅을 나갔지요.

버스 꽁무니를 한참이나 좇아가며 아쉬움을 전했다 합니다.

한편, 저녁을 먹고 잠시들 앉았는데,

재욱이 옷이 소매에서 겨드랑이 아래까지 뜯어진 걸 봅니다.

재봉틀을 꺼내지요.

재봉질을 하며 마치 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는 것 같아

마음 아주 흐뭇해졌답니다.

 

아이들이 소망하던 쥐불놀이를 합니다.

산을 올랐다 지친 아이들, 얼른 달골 가자 하더니,

웬걸요 마당에 불 피워놓으니 아주 밤을 새겠는 기세였습니다.

깡통에 불씨를 넣고 피우느라 팔 빠지도록 돌리고

한편 불붙은 꼬챙이로 와이파이라며 허공에 그리기도 하고

먼저 피운 불로 다른 깡통에 불을 옮기느라 수선을 피우고...

그것 또한 야단법석이었더라지요.

 

다시 달골.

이 밤은 ‘천일야화’입니다.

천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를 말하지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거기 담겼던가요.

이 계자의 마지막 밤도 그러합니다.

먼저 서로에게 퍼붓는 칭찬세례가 있었지요.

이어 ‘등돌리기극’이 있었습니다.

달고 달았던 자신의 장점에 이어 자신이 가진 자신의 단점 앞에

무슨 회개장소처럼 우리는 지독하게 울었습니다.

우리의 이 성찰이 새 날을 준비하는데 아주 큰 힘이 될 것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더랬지요.

그런데, 어느새 또 자정이 넘어가려 하기

이 밤에 꼭 하고팠던 것 한 가지는 접고 말았습니다.

예비중 계자에 제가 했던 큰 기대 하나였는데,

내년학년도의 예비중들과는 꼭 해보리라 하지요.

일 년 뒤 개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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