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2.물날. 맑음

조회 수 968 추천 수 0 2011.03.13 21:28:19

 

 

 싸락눈이 곳곳에 흔적 남겨놓았습니다,

마른 낙엽들 사이,

길섶 마른 풀들 사이.

또르릉또르릉 굴러 내릴 것 같은 싸락눈을 들여다보다

걷던 산길 마저 걸어갑니다.

 

농업대학을 다녀옵니다.

이번 학년도에 벌인 일정 하나이지요.

3월부터 12월까지 주에 한 차례씩 하는 과정이지만

농번기엔 달에 한 차례만 있기도 하니

한 해라지만 그리 무리한 일정은 아닙니다.

농촌에서 자리 잡고 살려는 이들이 대부분 창업을 위해 모인 발효식품학과는

처음 개설한 지난해도 이번해도

지원자들이 많아 선발과정이 꽤 힘이 들었다는 후문이었지요.

오고가는 아이들 잘 거둬 멕이고 싶다는 지원 까닭이

다른 이들과 사정이 다른데도 합격이 가능한 이유가 된 거 아닐까 싶데요.

그런데, 첫 일정이라고 연 특강을 들으며

강의 방식에 대한 생각이 많았습니다.

전통문화분야에서 아주 뛰어난 분이라 했는데

찾아오는 이름 높은 사람들이 너무 모르더라, 그래서 내가 야단 많이 쳤다,

이런 식의 이야기로 당신의 독보성, 혹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지난 초여름에도 무슨 연수를 갔다가 아이들 놀이에 대한 특강을 들었는데,

그 역시 무슨 내노라 하는 강연을 갔다가 사람들 많이 야단쳤노라는 예를 들었지요.

특강이라고 가서 이런 식의 방식을 흔하게 만납니다.

불편해지더군요.

그간 나는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해왔던가,

묻게 되었지요.

다른 사람 끌어들여 욕 먹이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당장 3월만 하더라도

아산의 한 대학과 서울의 한 종교단체에 특강을 갑니다.

내 이야기나 잘해야지, 그렇게 마음 가지게 됩디다.

 

이웃 마을에 사는 이 하나가 말을 물어왔습니다.

오고가는 이들 적지 않은 이곳이지요.

머물다 멀리, 혹은 가까운 농촌에서 자리를 잡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들에 대해 넌지시 어떤 사람이냐 물어오는 일이 있지요.

같이 일을 하게 될 거라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합니다만

사실 그리 묻는다고 우리가 사람을 알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지요.

그냥저냥 지낼 때야 나쁠 사람이 어딨나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떤 태도를 갔느냐, 어찌 해결하느냐,

그런 문제들을 통해 사람을 보게 되지 않던가요.

무슨 단체를 구성하는데 사무국장 일을 해줄 사람을 찾는데

한 때 예서 지냈던 이가 어떨까 싶다 물어온 것이었습니다.

“뭐 안 좋게 나갔다고도 하고...”

단순한 궁금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런 거 아닌데요... 사람이 모여 살다보면 자잘한 갈등인 들 왜 없을까요...

어쨌든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있었다한들 그걸 내내 안고 갈 것도 없구요.

맡기셔도 될 겝니다. 사람 진국입니다.”

어디서건 다들 잘 살기를 바랍니다.

물꼬 역시도!

서로 도울 것까지도 없다, 형제만 하더라도 아쉬운 소리만 안 해도 돕는 거지,

서로 잘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고마울 일입디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자주 문자를 보내오는 벗이 오늘은 그리 물었습니다.

우리는 누구입니까?

“그걸 이 생애는 알고 가자고 우리 사는 거 아닐지.”

그리 답을 보내봅니다.

사는 일이 삶의 신비가 주는 기쁨에 비해 때로 얼마나 고달픈지,

그 생을 우리 왜 살고, 그 속에 우린 누구란 말입니까?

혹 벗에게 오늘 지치게 한 일이 있는 건 아니었을려나,

그저 멀리서 헤아려보며

자신의 삶도 어루만져본다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2614 2011. 3.22.불날. 맑음 옥영경 2011-04-02 1052
2613 2011. 3.21.달날. 맑음 옥영경 2011-04-02 997
2612 2011. 3.20.해날. 새벽부터 비 옥영경 2011-04-02 985
2611 2011. 3.19. 흙날. 흐려지는 밤 옥영경 2011-04-02 937
2610 2011. 3.18.쇠날. 맑음 옥영경 2011-04-02 1220
2609 2011. 3.1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4-02 944
2608 2011. 3.16.물날. 꽃샘 이틀 옥영경 2011-04-02 1438
2607 2011. 3.15.불날. 꽃샘 추위 들다 옥영경 2011-03-28 1083
2606 2011. 3.14.달날. 맑음 옥영경 2011-03-28 1114
2605 2011. 3.13.해날. 흐려지는 저녁 옥영경 2011-03-28 1039
2604 2011. 3.12.흙날. 맑음 옥영경 2011-03-28 1121
2603 2011. 3.11.쇠날. 맑음 옥영경 2011-03-28 979
2602 2011. 3.1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3-28 908
2601 2011. 3. 9.물날. 맑음 옥영경 2011-03-15 1145
2600 2011. 3. 8.불날. 맑음 옥영경 2011-03-15 1118
2599 2011. 3. 7.달날. 맑음 옥영경 2011-03-15 1094
2598 2011. 3. 6.해날. 흐려가는 밤하늘 옥영경 2011-03-14 1097
2597 2011. 3. 5.흙날. 맑음 옥영경 2011-03-14 1096
2596 2011. 3. 4.쇠날. 맑음 옥영경 2011-03-14 1100
2595 2011. 3. 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3-13 1073
XE Login

OpenID Login